18일 오후 인천공항 상주직원통로서 흉기 난동
30대 한국계 미국인 현지 출국때부터 흉기소지
피해 직원, 경상으로 잘못 알려져…실상은 중상
상주직원통로 들어와…"출입증 빼앗으려 했다"
출입증 뺏고 한 말…"너희 내 얼굴 봤잖아" 섬뜩
구속영장 신청하며 혐의 특수상해→살인미수로
2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인천공항경찰단은 지난 18일 오후 5시30분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한 면세점 인근 상주직원통로에서 면세점 직원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한국계 미국인 A(35·여)씨에 대해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경찰은 당초 A씨를 특수상해로 입건했으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미국에서 출국할 당시부터 범죄에 사용한 흉기를 소지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9일 A씨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A씨가 그 전날 오후 미국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지만 통로를 잘못 들어 간 것으로 보이며, 이를 저지하던 면세점 직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들도 크게 다치치 않았으며, 현장에 있던 경찰이 A씨를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자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랐다.
피해자 B씨는 전날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상주직원통로에 출입증 패스를 인식한 후 문을 열자 A씨가 서 있었고 그 순간부터 공포의 시간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B씨는 "(공항) 규정상 긴 머리를 풀어 헤친 것과 목에 출입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주직원이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설마하는 마음에 A씨를 지나쳤다. 그 순간 A씨가 흉기로 목을 찔렀다"고 전했다.
상주직원통로의 문은 인천공항 직원이 소지한 출입증을 기기에 접촉해야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특히 출입증은 경찰의 신원조회를 통해 인천공항공사가 발급하게 되며 발급기간만 보름에서 한달이 걸린다.
출입증이 없는 A씨가 일반 입국경로를 이탈해 이곳까지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전해진 바 없다. 경찰은 A씨가 다른 직원을 뒤따라 들어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B씨는 "흉기에 찔리는 순간 쓰러져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A씨의 폭행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뒤따라오던 다른 여직원 C씨에게도 A씨는 흉기를 휘둘렀고 C씨의 목도 찔렸다"고 설명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B씨와 C씨는 A씨에게 "이러는 이유가 뭐냐" 물었고, A씨는 "출입증을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후 B씨와 C씨의 출입증을 빼앗기 위해 A씨의 폭행은 계속됐다.
출입증을 빼앗긴 B씨와 C씨는 "출입증도 가졌으니 그만하고 나가라"고 말한 순간 돌아온 A씨의 답변은 듣는이로 하여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A씨가 B씨, C씨에게 "너희들이 내 얼굴을 다 봤잖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 기지를 발휘한 C씨가 2층으로 뛰어 보안검색요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C씨의 요청을 들은 보안검색요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해 A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당일 오후 5시51분께 경찰에 인계됐다고 B씨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경찰단 관계자는 "처음 보고에는 특수상해로 판단했지만 나중에 상황을 파악해보니 상해정도가 심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공보안과 관련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A씨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CCTV와 의사 의견도 모두 확인했다"며 "다만 A씨의 정신과 치료 이력과 관련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A씨가 한국에서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B씨는 "얼굴과 목 등 총 20여곳에 상처를 입었으며 현재 상처 봉합 및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인천공항의 '항공보안 구멍'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천공항은 청와대와 같은 국가보안시설 '가급'(보안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시설인데, 일반 승객이 절대 들어설 수 없는 상주직원통로까지 들어왔기 때문이다.
또 A씨가 휘두른 칼에 머리와 목 등을 20여차례 찔린 피해 직원을 경상이라고 방관한 점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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