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상공개' 나흘 만에 200만 돌파 등 여론 들끓어
정책 감수성 강조한 文…'성범죄' 단호한 대응 원칙 강조
文대통령 "진심으로 위로…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
교육부에 지시…"청소년 성 감수성 교육 강화 방안 마련"
장자연·버닝썬 청원 답변 文 지시 대체…靑, 내일께 답변
용의자 포토라인 공개 일부 논란도…"수사 당국서 조치"
지난해 3월 '권력형 성범죄' 사건인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해 특별 지시를 내린 데 이어 이번에도 직접 나선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표출된 국민적 분노에 대통령이 이렇게 이례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평소 강조해온 '정책 감수성'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 범죄와 관련해서는 단호히 엄중 처벌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내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n번방 사건을 비단 여성 문제가 아닌, 인권 근간을 흔든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따라 들끓는 여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들에게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대변인은 전했다.
국민적 공분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집중적으로 표출됐다. 지난 18일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에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국민청원 글에 폭발적으로 청원인이 몰리면서 5일 만에 역대 최다인 220만명이 이상이 동의를 받았다. 20일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 역시 3일 만에 15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외에도 'n번방 박사, n번방 회원 모두 처벌해주세요', 'n번방 대화 참여자들도 명단 공개하고 처벌해주세요' 등 n번방 사건 관련한 국민 청원 글이 우후죽순처럼 솟구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도배했다.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청원글은 모두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겼다. 종합하면 약 400만명 이상이 해당 청원 글에 동의했다.
n번방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이례적으로 국민 청원의 공식 답변이 나오기 전에 이뤄졌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 글에 대해 한 달 내에 답변하게 돼 있다.
문 대통령이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으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은 이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힌 것도 현장의 감수성이 녹아든 발언이었다.
성착취물 생산자·유포자·이용자 모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는 현장의 목소리들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고.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전원 조사'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되었으면 한다"면서 "아울러 정부도,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세 사건 모두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 글로 올라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특히 장자연 사건 재조사 청원은 6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권력형 성범죄인 세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로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이 대체된 바있다.
청와대는 오는 24일 서울경찰청이 여는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청원 답변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24일 답변할 수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박사방 운영자 신상공개 문제가 경찰청 신상공개 심의위원회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청원 답변 여부는 내일 이후에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코로나19 관련 교육 현장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n번방 사건을 언급했다고 윤재관 부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이번 지시에는 청원 글에서 요청하고 있는 용의자 공개 소환과 관련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자체 개혁안의 일환으로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문제가 또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래통합당은 "추미애 장관과 법무부 당국은 '조국발(發) n번방 선물'이나 진배없는 포토라인 공개 금지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포토라인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수사 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해 조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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