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팝업창? 루저?…"외국어 표현에 '신문맹' 심각"

기사등록 2020/03/23 11:23:25
[서울=뉴시스] 세대 간 이해도 격차가 많이 나는 주요 외국어 표현.(표=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0.3.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지나치게 남용되는 외국어 표현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의 이해도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층은 극히 일부의 용어만 이해하고 있어 연령별 격차도 심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와 공동으로 외국어 표현 3500개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 정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단어 중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30.8%(1080개)에 불과했다.

이들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전체 평균은 61.8점이었다. 또 60대 이하의 경우 66.9점이었지만 70세 이상은 28.4점으로 집계돼 세대 간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컸다.

60대 이하에서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1378개(39.4%)인 데 비해 70세 이상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242개(6.9%)뿐이었다.

[서울=뉴시스] 70세 이상 응답자 이해도가 10% 이하인 주요 외국어 표현.(표=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0.3.23 photo@newsis.com
QR코드·팝업창·키워드·모바일앱·패스워드·스쿨존·노키즈존 등 346개의 표현은 60대 이하가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한 비율과 70세 이상이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한 비율이 단어마다 50% 이상 차이가 났다. 이 같은 이해도 격차는 특히 정보통신과 관련된 단어에서 두드러졌다.

루저·리워드·스트리밍·리스펙트·스킬·메디컬·3D 등 1245개 표현은 70세 이상 응답자 중 10% 이하만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했다. 이를 볼 때 외국어로 인한 '신문맹'이 우려될 정도로 언어 이해도 격차가 심각하다는 게 문체부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일반 국민의 74%는 일상에서 외국어나 외국 문자 등 외국어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상에서 외국어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36.1%였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외국어 표현 사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뉴시스] 코로나19 관련 쉬운 우리말 대체어.(표=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0.3.23 photo@newsis.com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최근 우리말 대체어를 보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영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통일성 있고 편하다'는 비판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비춰볼 때 일반 국민의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어를 우리말로 고쳐쓰거나 병기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29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서울·경기 등 16개 지역의 14∼79세 국민 1만1074명에게 온라인(10∼60대) 및 개별 면접(70대)으로 진행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회적 소통이 중요한 상황에서 쉬운 우리말이 쓰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보도자료, 보고서 등에 어려운 외국어 사용을 줄여 나가도록 평가와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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