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고로 구조개혁 연구용역도 계약 해지…논의 수면 아래로
국토부 "안전 담보가 우선…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다"
공공운수노조 "문재인 정부 철도통합 개혁, 국토부에 의해 좌초"
SRT 분리로 강남권 고속철도 독점화, 이용객 요금 역차별 지적
'공공성'의 기치를 높이 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코레일과 SR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듯했으나 2년 동안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14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지난 2018년 6월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연구' 용역을 진행하면서 코레일과 SR 통합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철도 공공성 강화의 연장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11월과 12월에 오송역 단전사고와 강릉선 KTX 탈선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철도 안전' 문제가 새롭게 부각됐고 철도 통합 논의는 후순위로 밀리게 됐다.
국토부는 철도 안전이 담보되기 전까지 구조개혁 문제를 논의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기약 없이 미뤄둔 상태다.
철도 사고 이후 중단했던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연구' 용역도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계약 해지하면서 사실상 통합 논의는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조개혁 연구용역을 진행하다가 중간에 철도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정책방향에 일부 수정이 생겼다"며 "안전 관련 전문가 부재 등의 이유로 안전 문제를 같이 검토하기 곤란하다는 연구진들의 의견에 따라 용역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안전 관련 연구용역 2건을 따로 진행하고 있고 구조개혁 논의는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게 없다"며 "다시 구조개혁 용역을 별도로 추진할지, 제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연구용역을 통해 같이 검토할지, 용역 없이 자체적으로 자문회의를 통해 검토할지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과 SR 통합 문제 논의의 재개 시기나 방식이 불투명 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약해져 사실상 통합 논의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국토부는 중단했던 철도통합 연구용역을 철도사고 감사원 감사 결과 이후 재개하겠다고 했었지만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회피하기 어려워지자 연구용역을 해지해 버렸다"며 "국민의 요구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철도통합 개혁이 국토부에 의해 오히려 좌초됐다"고 말했다.
코레일과 SR의 통합 문제는 찬반양론이 첨예한 사안이다. 공공성과 효율성을 놓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책 추진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통합을 주장하는 쪽에선 철도가 엄연히 공공재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완전경쟁이 이뤄질 수 없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경쟁 체제를 통해 서비스 제고와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코레일과 SR은 온전한 경쟁 구도는 아니다. 코레일이 SR 지분 41%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로, 두 회사는 모자(母子) 관계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혀 완전한 민영화가 아닌 코레일 자회사로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온전한 경쟁 체제가 아닌 만큼 두 회사의 가격 경쟁도 사실상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실제 철도 가격은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
현재 SRT의 기본운임이 KTX 보다 10% 가량 저렴한 수준이지만 이는 경쟁 효과가 아닌 정책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SRT 분리 운영으로 고속철도 운영이 강남권과 비강남권으로 지역 독점화돼 KTX 이용객은 요금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역차별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을 하는 게 바람직한지, 지금의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지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했지만 안전 측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감사원 의견을 존중해 안전 부분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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