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전파 우려 커지는데…칸막이를 되레 없앤 KB콜센터

기사등록 2020/03/12 15:33:32 최종수정 2020/03/12 17:55:16

KB국민은행 대전 유성구 소재 콜센터

칸막이 없고 직원간 거리 더 가까워져

근무자 "동료와 2m는커녕 1m도 안돼"

확진자 나오면 되레 전파 더쉬운 환경

하도급 업체에선 "개선조치 시행예정"

[서울=뉴시스]분산근무 지시를 받아 KB국민은행 대전 콜센터 직원들이 이동 근무 중인 장소의 모습(좌)과 기존 근무지(우) 모습. 기존 근무지에는 칸막이 등이 설치돼 있지만, 이동한 근무지는 되레 칸막이도 없이 상담 노동자들이 더 가까운 거리에서 일을 해야한다. 2020.3.12(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서 콜센터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분산근무를 실시했으나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사례가 등장해 직원들 불만을 사고 있다.

이들은 이동한 근무지의 경우, 칸막이가 없고 직원들 간 거리는 예전 근무지보다 더 가까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KB국민은행 콜센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이 은행 콜센터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분산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콜센터는 전국적으로 2곳인데, 서울 종로구와 대전 유성구에 있다.

대전 유성구 콜센터에서는 은행·카드 파트 등을 포함해 2000여명의 상담 노동자가 근무 중인데, 이들 중 일부는 KB국민은행이 있다가 현재는 폐지된 한 건물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이 콜센터에서 은행 관련 업무를 하는 상담사는 500여명이 있는데, 이중 400여명이 200여명씩 나뉘어 대전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동한 근무지는 예전 근무지와 달리 칸막이도 없고, 상담사들 간 거리가 더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간에 모이는 직원의 총 숫자는 줄었지만 200여명 규모이고,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올 경우 되레 전파가 더 쉬운 환경인 것이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상담 노동자 A씨는 "(새로 온 곳은) 간이책상에다가, 컴퓨터를 둬야 하니까 앞에 있는 직원하고 칸막이도 없이 2m는커녕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면서 "원래 근무지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더 밀착해서 근무를 하고 있다. 그게 너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있는 곳 위치가 세종하고 대전 사이인데, 세종에 줌바댄스 때문에 최근 확산세가 많아서 그런 부분들에 대한 걱정이 많다"면서 "은행에서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다들 힘들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집단감염 사건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은 말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어려울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장비 등이 필요해서 재택근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금융 관련 콜센터의 경우 고객들과 전화할 때 계좌번호·비밀번호·대출금액 확인 등의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유출 가능성이 있어 더욱 재택근무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사이트를 열 수도 없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대부분의 콜센터들과 마찬가지로 대전 소재 KB국민은행 콜센터도 하도급 업체 소속이다. 이곳 콜센터는 주식회사 그린씨에스 등 6곳 정도의 업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린씨에스 관계자는 "급하게 진행을 하다보니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얘기가 있긴 했는데, 그 부분은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 확장 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예정인지 묻는 질문엔 "정확히 확인되진 않은 사항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한편 지난 10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는 성명을 내고 "원청사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콜센터 업체는 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아야 하니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서 재택근무와 마스크·세정제 지급 등 상담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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