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코로나19 극복 '시진핑 띄우기' 역풍…"감사는 커녕 희생만"

기사등록 2020/03/10 12:12:58

온라인 상의 반발글들 삭제돼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진과 얘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연구진을 격려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면서 "코로나19의 근원과 전파 경로를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 2020.03.03.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왕중린(王忠林) 중국 우한(武漢) 공산당 신임 서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할 것인지 우한 주민들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 중국 국민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왕중린 서기는 지난 주 "우한 시민들에게 (코로나19)극복과 관련해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어떻게 감사를 표할 것인지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나 중국 관리들은 이 같은 왕중린 서기의 발언에 대한 온라인상의 반발을 삭제하며 국민들의 분노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유명 작가인 팡팡(方方) 후베이(湖北)성 작가협회 전 회장(본명 汪芳)은 "정부는 가능한 한 빨리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웨이보 이용자는 "무엇에 감사해야 하나"라고 물으며 "정부 혜택이라곤 조금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비싼 희생을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Please go back to wherever you came from)"고 덧붙였다.

앞서 쑨춘란 (孫春蘭) 중국 부총리가 우한 지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봉쇄 조치가 성공했음을 과시하기 위해 우한을 방문하자 우한 시민들은 쑨 부총리를 향해 "모두 가짜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중국 인터넷에 유포되기도 했다.

약 5500만명에 달하는 우한과 후베이성 주민들은 지난 1월 말부터엄격한 봉쇄 조치 아래 놓여 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에서 3000명 넘는 사망자와 8만명 이상의 감염자를 낸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듯한 기미를 보이자 시진핑 주석을 보건 위기로부터 중국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연일 추켜세우고 있다.

심지어 공산당 선전부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을 글로벌 리더로 치켜세우는 책까지 출간했다.

중국 언론들을 연구하는 홍콩의 차이나 미디어 프로젝트는 "왕중린 서기의 '감사 교육' 발언은 중국 공산당이 전면적 여론 위기에 처했으며 스스로를 자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콩 대학 언론학과의 킹와푸(傅景華) 교수 역시 "왕중린의 ‘감사 교육’ 언급은 이미 역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위기 초기부터 코로나19 발병 사실이 퍼지는 것(narrative of the outbreak)을 통제하려 했다.

지난달 코로나19의 위험을 처음 폭로했다가 우한시 당국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결국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하자 중국 국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리원량의 죽음을 당국의 잘못된 대응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지만 중국 공산당은 오히려 리원량의 죽음을 코로나19에 맞서 싸운 희생의 대표적 사례로 내세우며 활용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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