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속 타는 재개발·재건축

기사등록 2020/03/06 06:00:00

상한제 유예 앞두고 시공사 선정 위한 총회 일정 골머리

코로나 어쩌나…'상한제 적용' 피해 총회 3월 개최 불투명

상한제 유예 연장 필요…국토부 "연장 검토 대상 아니다"

[서울=뉴시스]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서울 지역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전 분양을 계획 중인 서울 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총 11곳. 이들 사업장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연기하거나 당초 일정을 조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시행 유예를 추진 중인 사업장의 경우 수년간 공들여온 정비사업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오는 4월28일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거나 신청을 마치고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야 한다.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위한 계획 수립·변경 시 총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총회는 조합원 중 20% 이상이 직접 참석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는 코로나19가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가 밀집할 경우 전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총회 및 설명회 등의 개최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서울 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마다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를 위한 조합원 총회 개최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상한제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재산상의 손해를 받아들이기 힘든 그야말로 난처한 상황이다.

조합들은 총회 개최 여부와 시기 결정에 난감해하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북지역 최대 재개발사업지로 불리는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은 오는 8일로 예정된 총회를 전면 취소했다. 갈현1구역 재개발은 약 4116가구, 공사비 9000억원에 이르는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지 중 하나다. 조합은 오는 20일 이후 총회 개최 일정을 다시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또 4월 분양을 계획 중인 은평구 수색7구역은 당초 지난달 28일 관리처분변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이달 21일로 연기했다. 수색6구역도 이달 28일 관리처분변경을 위한 총회를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를 개최한 강동구 둔촌주공조합은 총회를 다시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관리처분인가 당시 일반분양가를 3.3㎡ 당 3550만원으로 정했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는 3000만원을 넘길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HUG와의 분양가 협의 후 분양가 변경이 생기면 관리처분변경을 위한 총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또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는 이달 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아직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다. 대다수 조합들은 상한제가 적용 받으면 재산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말까지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의 한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유예를 적용받으려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총회가 연기됐는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수억원의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총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상한제 유예기한을 연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 상한제 유예기한 연장은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한제 유예기한 연장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서울 지역 정비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교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유예 단지는 추후 일정을 조율하기도 빠듯할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4월 이후 정비사업 위축이 예고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서울 주택공급의 핵심 축인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상한제 유예 기한 연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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