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경영권 분쟁 '자매의 난'으로 번지나

기사등록 2020/03/05 15:06:06

경영참여 선언 2대주주 KHI..케이프 창업주 차녀와 연대설

한진칼과 닮은 꼴...주가는 급등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케이프의 한진칼과 같은 이유로 주가의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2대주주가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면서 경영권 분쟁 소식이 부상한 영향이다. 여기에 전환사채(CB) 투자자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CB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이프는 이달 들어 75% 이상 급등했다. 지난 7일 7.5% 상승했고 4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프의 주가 급등에는 한진그룹과 같은 경영권 분쟁 이슈 때문이다.

케이프의 2대 주주인 케이에이치아이는 경영권 참여 선언과 함께 주주제안권 행사에 나섰다. 임원 4명의 대한 보수 총액 한도를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추고, 이익잉여금 5%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와 감사인 추천도 제안했다.

케이에이치아이는 특별관계자 화신통상과 함께 케이프의 지분 14.37%를 갖고 있다. 두 회사는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이자 케이에이치아이의 회장인 김광호씨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들였다.

김 회장은 대기업 샐러리맨 출신으로 M&A를 통해 수천억원대의 자산을 보유 중이다. 1989년 웨스텍코리아를 설립해 상장한 후 모나리자, 쌍용C&B, 엘칸토를 인수한 뒤 성공적으로 매각한 이력이 있다.

현재까지 지분구조상 케이프의 성공적인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김종호 케이프 회장과 특별관계자가 갖고 있는 지분이 29.84%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주 차녀인 백수영씨와 김광호 회장과의 연대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변수가 제기되고 있다. 이전부터 백씨와 김종호 회장 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점에서 백씨가 김광호 회장과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에이치아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백씨와 김 회장 간의 갈등이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사실이라면 한진칼과 같은 구도의 경영권 다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창업주인 백 전 회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언니인 백선영씨와 동일하게 85만6000주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당시 1만5000원이었던 케이프의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즉, 백수영씨의 자산이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불만이 쌓였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백씨와 김광호 회장이 손을 잡았을 경우, 연대의 지분율은 22.52%돼. 김종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21.74%를 뒤집게 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경영권 분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기관의 순매수세 유입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의 백기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케이프의 주가도 한진칼과 같이 폭등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이슈로 2월 이후 110% 급등한 바 있다.

다만 CB물량이 풀리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주가 급등으로 CB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가 줄이어 나타나고 있다. 전환청구권 행사액이 2200원대란 점을 감안할 때, CB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은 2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물량이 급격하게 나올 경우, 케이프의 주가 급락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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