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후법안 비난…"당장 실현가능한 목표 내놔야"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스웨덴 국적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의 칼날이 이번엔 유럽연합(EU)을 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을 찾은 툰베리가 유럽의회 환경위원회에서 "EU는 기후변화 방지에 앞장 서는 국가인 척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는 "집이 불타고 있을 때 여러분들은 불을 끄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EU 집행위원회가 오늘 내놓은 방안은 바로 이러한 대책이다"고 했다.
툰베리는 이날 발표한 EU의 '유럽 기후법안'은 탄소 배출량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규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0)라는 EU의 환경법은 항복을 의미한다. 자연은 흥정을 하지 않는다. 물리학과 거래를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툰베리의 단호한 비난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유럽 기후법안'을 발표하고 툰베리를 초청했다. 현 시대 가장 상징적인 환경운동가인 툰베리의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EU의 유럽 기후법안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에 합의한 EU 회원국들의 정치적 약속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BBC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법안을 발표하며 "이는 향후 30년 동안 우리의 나침반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유럽 기후법안이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길에서 모든 방향을 안내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유럽 기후법안이 유럽의회와 27개 EU 회원국의 의회를 통과하면 이는 EU에서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이 법안이 2050년 목표한 제시했을 뿐 중단 단계의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툰베리를 포함한 30여명의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온라인에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EU의 법안은) 유럽의회 의원들에 대한 항복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는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EU는 2030년, 혹은 2050년의 목표가 아닌 올해, 내년, 나아가 매달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회의 프란스 티메르만스(벨기에) 의원은 툰베리의 비판 연설 후 "그와 같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EU의 환경법은 여전히 제자리였을 것"이라며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툰베리를 만나 우리가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설명하겠다.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줄 새로운 기술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툰베리는 5일 EU 환경 장관들을 상대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후 6일에는 벨기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시위에 참석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