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 "팬데믹, 기술적 용어일 뿐…변화 없다"
2009년 팬데믹…WHO의 제약사 결탁 의혹 이어져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국제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 대해 "결정적 시점에 왔다"며 발생국들의 적극적인 확산 억제 조치를 주문했다.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선언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팬데믹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만약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전문가들의 답변은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이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공중보건대학의 아메시 아달자 연구원은 미국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에피데믹(epidemic·국지적 유행)과 팬데믹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면서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이는 그저 기술적 용어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WHO는 홈페이지를 통해 팬데믹이란 '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팬데믹이란 WHO의 6단계 전염병 경보단계 중 가장 위험한 단계인 5~6단계에 해당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4단계에 해당하는 에피데믹은 전염병이 한 국가, 혹은 하나의 대륙에서 빠르게 퍼지는 현상이라면 팬데믹은 전염병이 세계 각국을 이동하며 대유행하는 상황이다.
WHO는 현재 코로나19의 상태를 '에피데믹'으로 정의했다.
WHO의 '팬데믹 대응 계획'에 따르면 팬데믹 선언 후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의 의료 제도, 시설, 인력을 총동원해야 해야 한다. 국가는 개인에 보호 장비를 배포하고, 국가 보건계획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및 기타 의약품의 보급을 실시해야 한다.
WHO의 팬데믹 선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오히려 일부 국가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WHO는 이미 2009년 WHO가 신종플루(H1N1)에 팬데믹을 선언하며 한 차례 곤란을 겪은 바 있다. 다수 국가는 WHO가 불필요한 공황을 야기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H1N1의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확보하느라 각국이 소비한 비용도 막대했다. 타미플루를 만드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 등과 결탁한 WHO가 신종플루의 위험성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WHO가 팬데믹 선언에 더욱 소극적인 이유다.
타릭 자사라비치 WHO 대변인은 이날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최근 WHO는 예전에 사용하던 6단계 전염병 경보단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2009년 H1N1으로 익숙하겠지만 말이다"라면서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용어를 다양한 순간에 사용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선언은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과학 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문가는 "WHO의 팬데믹 선언과 관계 없이 우리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네소타 대학의 공중보건학 박사인 마이클 오스터홈은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의료진을 보호하고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 시스템의 보장 내역을 강화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를 이겨낼 수 있다"면서 "코로나19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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