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EU 특별정상회의서 7개년 지출계획 수립
부유국 "예산 부담" VS 빈곤국 "지원 삭감 반대"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오는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의 장기 예산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 정상회의가 열린다. 영국의 EU 탈퇴로 상당한 재원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회원국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특별 정상회의를 소집하고 EU 공동체 장기 예산 계획인 '다년도 지출계획(MFF)' 수립에 나섰다.
올해 논의해야 하는 2021~2027년 장기 예산안의 핵심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발생한 600억~750억 유로(약 77조~96조원), 연간 약 100억 유로의 재원 공백을 어떻게 해결하는 가다.
미셸 의장이 부유한 회원국의 예산기여도를 확대하고, 가난한 회원국의 지원을 삭감하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모두의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한 관계자는 "미셸 의장의 제안은 엄청난 반대에 직면했다"고도 전했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를 포함한 부유한 북서유럽 국가는 예산 부담 수준이 너무 높다며 강한 저항에 나섰다.
장기 예산 규모 상한선이 EU 전 회원국 국민총소득(GNI)의 최소 1.3%는 돼야 한다던 유럽의회는 회원국의 반발을 반영해 지난 14일 회의에서 GNI의 1.074%로 상한선을 낮췄다. 그러나 부유국은 여전히 'GNI의 1% 이하'로 상한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가난한 남동부 유럽 국가도 EU 지원 프로그램 축소를 놓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각국의 재정 건정성을 반영해 EU 개발지원금을 분배하겠다는 일명 '미셸의 법칙(Mr Michel’s rule)'에 반발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폴란드, 헝가리 등의 외교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미셸 의장이 유럽의회의 승인을 원한다면 더 개선된 제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의 재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법안이 (유럽의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이 제도를 시행한다면 회원국 내 EU의 활동은 시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시민들은 큰 인프라 건설 등으로 EU의 효능감을 느끼기 때문에 (개발지원금 축소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측도 "EU가 지원금을 큰 폭으로 축소한다면 (동유럽 회원국의) 농업 자금이 대폭 삭감된다"며 "균형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합의에서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예산 지출 방안을 놓고도 "의학, 연구 등 현대 산업 분야를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서유럽 국가와 "균등한 산업 발전 속도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동유럽 국가 사이의 갈등이 깊다.
EU 장기 예산안은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의 승인과 유럽의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만큼 최종 타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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