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후보 사퇴 의사 밝혀
"3자연합 주주제안에 동의 안해…의도와 달라"
주주연합 "김 전 상무에게 사퇴 의사 못 들어"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 측이 내세운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였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상무는 특히 "순수한 의도와는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라고 밝혀 사퇴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주연합 측은 "김 후보로부터 사퇴에 대한 의사를 전해들은 바 없다"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18일 한진칼에 따르면 지난 13일 주주연합의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된 김치훈 전 상무는 한진칼 측에 직접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상무는 과거 대한항공 본사에서 근무하며 런던공항지점장을 맡았고, 2006년부터는 8년 간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에서 상무를 지냈던 인물이다.
김 전 상무는 전날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 연합이 본인을 사내이사 후보로 내정한 데 대해 이자리를 빌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라며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한 "한진그룹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화합 함으로써 한진그룹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김치훈 후보가 본인이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다르게 흘러간다고 보고 후보에 사퇴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주주연합은 김 전 상무를 비롯해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등을 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로 추천했다.
사외이사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을 후보에 올렸다.
김 전 상무의 갑작스러운 후보 사퇴 소식에 주주연합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김 후보로부터 사퇴에 대한 의사를 전해들은 바가 없다"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상호 간의 동의를 통해 사내이사 후보로 선정됐는데, 김 후보가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는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후보를 선정한 이후에 주주제안에 달라진 내용은 없다"라고 부연했다. 주주연합은 김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추가 사내이사를 내세울 지도 아직은 미정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주주연합 측이 이사 후보 명단을 공개한 이후의 여파에 김 전 상무가 부담을 느껴 후보에서 내려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제안 이후 한진그룹에 몸담았던 함철호 전 대표와 김치훈 전 상무가 주주연합 쪽과 손 잡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물론, 한진그룹 소속 노조들은 잇달아 주주연합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전날 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노동조합은 17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조현아 3자 연합이 가진 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 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 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진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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