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1심서 징역 7년…"국정원장 직위 이용해 범죄"(종합)

기사등록 2020/02/07 17:38:19

원세훈, 정치공작 혐의 등 일괄 선고

2017년 첫 기소 후 9차례 연쇄 기소

재판부 "안전의무·국민신뢰 저버려"

검찰, 징역 15년·추징금 198억 구형

노조와해 이채필 전 장관 법정구속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017년 8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08.30.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야당 인사에 대한 정치공작,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언론장악 등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69)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원 전 원장과 함께 제3노총 설립 추진 등 노조 와해 공작 사건에 연루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는 7일 오후 국가정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7년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을 기점으로 수사망에 올랐다. 그해 10월 기소된 이후 각종 범죄 혐의가 잇따라 드러났고, 총 9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일부 사건 병합 이후 서울중앙지법에서만 8개 재판을 각각 받았다. 법원은 원 전 원장 사건을 하나로 모아 이날 선고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상당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유죄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 엄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정해진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그것이 국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도 위법해 허용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수장으로서 재임기간 내내 직위를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며 "국가의 안전보장의무를 저버리고,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을 상당수 동원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통령을 홍보하고 반대하면 음해해 노골적으로 여론 형성을 지시했다"며 "국정원 직원이 특정인을 미행하도록 지시하고, 이익을 위해 뇌물을 공여하거나 국정원 예산을 다른 곳에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고 등의 손실 규모가 막대하고, 국정원의 위상은 실추됐으며 국민신뢰도 상실했다. 그래서 국가 안전이 상실됐다"며 "수십년간 국정원에서 일하던 다수 직원들이 원 전 원장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해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2월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원순 제압문건' 관련 1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2.08.myjs@newsis.com
다만 검찰 구형과 비교하면 형량은 절반 수준으로 줄고, 추징금은 선고되지 않았다. MBC 인사 관여 사건과 호화 사저 마련 사건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영향이다.

앞서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총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0년, 약 198억원 상당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은 생각이 다르다며 반대 세력의 국민들을 탄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국가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국정원의 상명하복 지휘체계를 이용해 다수의 부하직원들을 범죄자로 만들었으나 원 전 원장은 뒤늦게나마 국가 앞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원 전 원장은 2017년 ▲민간인 댓글부대에 국정원 예산 65억원 상당을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8년에는 ▲MBC 인사에 불법 관여한 혐의 ▲안보교육 명분 정치 관여 혐의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 2억원 및 현금 10만달러 전달 혐의 ▲야권 정치인 제압 문건 작성 등 정치공작 혐의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혐의 ▲호화 사저 마련 횡령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2019년에도 원 전 원장은 ▲제3노총 설립 자금으로 국정원 활동비를 위법하게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 원장은 결심공판 당시 최후진술에서 "검찰이 기소한 내용 중 상당수는 제가 국정원장을 맡기 전부터 진행되거나 이명박 정부의 기조 아래 진행되던 일이었다"며 "정무직 공무원들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져야 하나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미 수감 상태인 원 전 원장은 이날 선고 이후 다시 구치소로 돌아갔다. 그는 2013년 직원들을 동원한 댓글로 각종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확정받았다. 또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016년 징역 1년2개월을 확정받았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원 전 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장관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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