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조작 혐의' 프로듀스 제작진 "부정청탁은 없었다"

기사등록 2020/02/07 15:40:49

프로듀스 제작진 사기 등 혐의 1차 공판

안PD·김CP 등 참석, 공소사실 대체 인정

증인신문 비공개 요청 "연습생 나올수도"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준영 PD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0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작진 측이 첫 공식재판에서 사욕이나 부정청탁은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다음 기일에 진행될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7일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CJ ENM 소속 제작진인 PD 안모씨와 CP(책임프로듀서) 김모씨 등 8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구속상태인 안씨와 김씨는 이날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안씨 등 제작진 측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지만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문자투표 시작 및 종료 이후에 이뤄진 1건에 대해서만 편취금액으로 유지해야한다"며 중복투표는 금액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안씨에 대해서는 "순위조작은 시즌1 당시 특정 연습생의 하차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몰라 후순위 연습생을 올리는 것으로 상급자(김씨) 허가를 받은 것"이라며 "개인적 사욕이나 부정청탁을 받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공판준비기일 당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의 주장을 한 것이다.

이어 "안씨는 다른 피고인들과 같이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것을 인정하고 크게 뉘우친다"면서도 "다만 부정청탁을 받은 것은 아니고 부정처사를 한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해명했다.

또 "김영란법 위반의 점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있는 배임수재·김영란법 혐의 금액도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안씨가 해외로 출국해 한국에 없는 날도 있었다"며 금액 부분은 다시 최종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변호인은 김씨에 대해서도 "실시간 생방송이 무리없이 진행되도록 하차 의사를 밝힌 연습생의 순위를 내리고 차순위를 올렸으나 결과적으로 투명하지 못한 방식이었다"며 안씨와 같은 주장을 했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CJ ENM 소속 직원에 대해서는 선배들의 결정에 따랐을 뿐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안씨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기획사 임직원들은 돈을 지급한 사실자체는 인정하나 부정청탁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방송에 대한 애정으로 순위를 조작했다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본인들이 원하는 자가 선발되지 않자 시청자들을 기망한 것"이라며 "순수한 동기·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개인적 이득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감안해달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예정돼 있던 증인신문은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변경으로 인해 다음 기일로 미뤄졌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증인이 소환되면 연습생의 실명이 거론될 수도 있다"며 "하차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혔다는 연습생의 경우 (법정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어 증인신문만큼은 비공개를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씨 등 제작진은 특정 기획사의 연습생이 최종 데뷔 그룹으로 선발될 수 있도록 투표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3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기획사 임직원들은 자사 연습생이 많은 득표를 할 수 있도록 제작진들에게 접대 등을 한 혐의도 받는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여러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 및 아이돌 지망생 가운데 시청자들이 온라인 또는 문자 투표를 통해 최종 데뷔 멤버를 정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안씨 등은 그룹 '워너원'을 배출한 시즌2에서 1차 투표에서 60위 밖의 연습생 1명의 순위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시청자들의 생방송 문자 투표가 반영되는 4차 투표 결과도 조작해 결국 최종 선발 11명 가운데 1명을 부정하게 포함시켰다.

또한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을 배출한 시즌3·4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최종 선발 멤버를 미리 정해두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