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美서 연쇄회동…북핵·중동 문제 공조 '모색'(종합)

기사등록 2020/01/15 17:44:26

14일 美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일 삼각 외교 잇따라

"북핵 문제 실질적 진전 위한 한미일 공조 중요성 강조"

"중동 상황에 우려, 3국간 소통과 협조 강화 방안 모색"

韓, 文대통령 남북교류협력 구상 설명하며 美 이해 구해

美, 호르무즈 해협 안전한 항행 위한 국제사회 공조 당부

"우리 국민, 기업 안전과 이란과의 관계 고려해 결정해야"

[서울=뉴시스] 강경화(왼쪽부터) 외교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0.01.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한국과 미국, 일본 외교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연쇄 회동을 갖고, 북핵과 중동 문제 등에 대해 3국간 공조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한 항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기여를 요구하고,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교류협력 구상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구하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앤토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일본 외무대신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가졌다고 15일 외교부가 밝혔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는 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로 개최된 후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모테기 외무상은 3국 외교장관 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회담은 한·미, 한·미·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순으로 숨 가쁘게 진행됐다.  

◇한·미·일 외교장관 "3국 동맹 중요성 강조"

한·미·일 외교장관은 북한이 '새로운 전략 무기' 공개를 압박하고, 정면 돌파를 선언하며 고조된 한반도 위기 상황은 물론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된 중동 지역 정세에 대한 해법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한·미 모두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3국이 북핵과 중동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3각 공조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3국 장관은 북한 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뤄가는 외교적 노력 과정에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며 "최근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같이 했으며, 관련 정보 공유를 포함한 3국간 소통과 협조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회의 직후 보도자료에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안보와 평화를 위한 미국과 한국 및 미국과 일본의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역내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3국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 관련 상황 평가를 공유하고, 굳건한 한미 공조 하에 비핵화 대화 프로세스 동력 유지, 북미 대화 재개 및 남북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 장관은 한미 관계가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협력을 심화했다는데 공감하고, 동맹을 한층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다. 또 최근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같이 하며, 지역 내 평화·안정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 및 동맹 현안, 역내 및 최근 중동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美 호르무즈 기여 요청"…강경화 "의미 있지만 국민·기업 안전 고려" 

이 자리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한 동맹국의 기여를 요구해 사실상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이 잇따르자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동맹국의 참여를 요청해 왔다. 한미가 회담을 통해 공식 의제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한 것은 처음이다.

강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 요청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많은 경제적 이해 관계가 걸린 나라들은 다 기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며 "우리도 원유 70%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런 뜻에서 한국도 관심을 가지고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호르무즈는 해양 안전에 우리로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원유 수입의 70%가 이 지역을 통해 수입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지역"이라며 "우리는 그것도 그거지만 이 지역에 우리 국민, 기업의 안전을 생각하고 이란과 우리의 관계를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마이크 폼페이오 트위터 캡처) 2020.01.15.photo@newsis.com

◇강경화, 文 남북협력 구상 설명…대북 제재 예외 사업 美와 논의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신년사를 통해 내놓은 남북 협력을 증진시킬 현실적인 방안을 소개하며 미국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측에서도 한국 정부의 의지나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 장관은 밝혔다.

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는 북미, 남북 대화가 같이 보완하면서 선순환의 과정을 겪으며 가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하지만 특정 시점에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어 "북미가 비핵화 또 미북 관계 개선 대화가 진전이 안되는 상황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남북 대화가 되면서 관여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간에 중요한 합의가 있었고 그 중에서도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예외를 인정받아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5대 교류 협력 사업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이다. 예컨대 개별 관광은 원칙적으로 제재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미국에 설명하고, 폼페이오 장관도 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일본 외무성 트위터(@MofaJapan_jp) 갈무리. 2020.01.15.

◇한·일 외교장관 회담, 수출규제·강제징용 또 입장차 확인

한·일 외교장관은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에서 만난 후 한 달 만에 다시 마주앉았지만 수출 규제와 강제 징용 문제 등에 대해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강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가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수출당국 대화가 가속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강 장관이 강제징용 문제 관련 우리 입장을 강조했고, 모테기 대신은 일본 측 입장을 언급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결 존중, 피해자 중심,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만큼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다만 강 장관은 한일 현안 해결을 위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로 마련된 양국간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양 장관은 외교당국간 대화와 협의를 지속키로 했다.

강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모테기 대신과 지난해 연말 정상회담 의미를 되새기면서 앞으로 외교당국간 각 레벨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만나면서 현안 문제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양국 관계 진전된 모습을 올해는 꼭 좀 보여주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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