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대통령 참석한 2020 신년음악회 '희망 울림' 더했다

기사등록 2020/01/09 10:09:09

조수미·김우경·양성원·임동혁·조진주 출연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새해를 맞아 열린 ‘2020 신년음악회’를 마친 후 출연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1.0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매년 새해 신년 음악회는 한 해의 출발점을 알맞게 수놓아준다.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구성하면 공연이 내뿜는 기운이 기원으로 승화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의전당이 주관해서 8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2020 신년음악회'의 화두는 '어우러짐'과 '울림'. 어우러진 음악가들의 연주가 청중의 마음에 부딪혀 되울려 나올 때, 좀 더 나은 새해를 바라는 울림이 선명해졌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정치용이 지휘봉을 들고 KBS교향악단이 연주를 맡은 이날 공연의 문은 이영조의 '여명'이 열었다.

어두운 밤 안에서 칩거할 것만 같던 빛이 점차 암흑의 틈을 갈라내고, 그 멀건 얼굴을 서서히 드러내는 순간을 현의 트레몰로, 목관의 울림이 재현했다. 이 곡 자체가 동이 터오는 첫 햇살의 장면을 표현한 것이니 신년음악회의 1부 첫곡의 자리를 선점할 만했다.   

올해 음악계에서는 탄생 250주년을 맞는 베토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날도 피아니스트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첼리스트 양성원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3중 협주곡'이 1부 마지막을 장식했다.

독주부를 세 대의 악기가 나눠서 연주해야 하는 이 곡은 세대와 개성이 다른 세 음악가가 빚어내는 화음을 통해 베토벤의 불굴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의지의 바통을 이어 받은 2부는 한껏 다채로워졌다. 김종천과 최철호의 '비익련리'는 그간 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해온 곡이다. 박정규 편곡을 거쳐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곡으로 재탄생했다. 해금연주자 꽃별, 대금연주자 이명훈의 국악기가 KBS교향악단과 빚어내는 소리는 다양함이 섞여 출렁거리게 만들었다.

비익련리는 암수가 각각(各各) 눈 하나에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비익조(比翼鳥)', 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의 가지와 맞붙어서 서로 결이 통한 연리지(連理枝)라는 뜻이다. 부부 사이의 화목함을 비유하는데, 다양성의 조화를 염원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해금의 애절함, 대금의 투명함이 목가적이면서도 절절한 풍경을 그려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음악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01.08. dahora83@newsis.com
이제 희망을 노래해야 할 차례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요한 슈트라우스 봄의 소리 왈츠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테너 김우경은 레하르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에 서정과 애정을 담뿍 담아냈다.

김우경은 우리 가곡인 신귀복의 '얼굴'도 불렀는데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 4·19 혁명 60주년, 6·25 동란 70주년을 맞는 올해 유독 보고 싶은 얼굴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 객석에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함께 했다.

조수미가 들려준 스코틀랜드 민요 '더 워터 이즈 와이드', 조수미·김우경이 함께 부른 번스타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투나잇'은 새해에 따듯한 기운을 녹여냈다.

오병희 작곡, 탁계석 대본의 창작 칸타타 '동방의 빛' 제3부의 마지막 악장 '희(希)'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아리랑 선율로 시작하는 이 곡은 희망의 전령사였다.

국립합창단과 양제인, 안소명 등 우리 음악의 미래를 밝힐 '음악영재'들이 가세한 이 곡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주문 같았다. 결코 작년에 드러나지 않았던 희망과 평화가 올해 마음껏 만개할 것이라는 믿음이기도 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 뮤지컬배우 김소현이 사회를 본 이날 음악회는 새해에는 누구든 마음껏 희망을 품어도 된다는 기원 의식 같았다.

앙코르 첫 곡은 조수미와 합창단원이 부른 김바로의 '오! 대한민국'. 과거 월드컵송으로 만들어진 곡인데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 자긍심으로 승화시킨 곡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새해를 맞아 열린 ‘2020 신년음악회’를 마친 후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를 격려하고 있다. 2020.01.08. dahora83@newsis.com
앙코르 마지막 곡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라테츠키 행진곡이었다. 지휘자가 박자에 맞춰 청중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곡인데, 이날 정치용 지휘자의 주도로 관객들은 일심동체가 됐다.

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내외도 있었다. 이날 내내 객석을 지킨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위로 올라가 오늘 연주에 참여한 음악가들과 악수를 하고 격려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음악회에 앞서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문화예술인을 격려하고 문화 예술 진흥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자유에 대한 보장에 대해 의지를 표명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치, 경제적으로 힘겨운 삶에 문화는 윤기와 활력을 더한다. 이날 신년음악회와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는 그 중요성을 확인한 자리다. 새해에는 누구든 어우러져 근심 걱정 없이 마음껏 노래의 울림을 뿜어내길.

한편 이날 신년음악회는 오는 19일 오후 5시 40분 KBS 1TV를 통해 녹화방송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