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다르크, 6개월만에 검사장들 교체…설마가 현실됐다

기사등록 2020/01/08 20:50:49

법무부, 8일 밤늦게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단행

대검찰청 주요 간부 전부 인사 대상…'한직'행

윤석열, 손발 잘렸다…"설마였던 일이 일어나"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2019 국정감사에서 눈을 감고 있다. 2019.10.17.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발(發)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검사들을 대거 '한직'으로 분류되는 직으로 한 번에 발령되거나 대검 주요 간부가 사실상 모두 자리를 옮기는 등 과도한 '검찰 힘 빼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은 검사장으로 승진돼 대검찰청 핵심 요직을 맡는 등 인사가 이뤄진 바 있다. 이들 모두 이번 인사로 지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법무부는 8일 오후 7시30분 검사장급 이상 검사 인사를 단행했다. 추 장관이 취임한 이후 이뤄진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다.

애초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의 힘을 빼기 위해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국(55) 전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 수사 및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의 지휘 라인 등이 거론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검 주요 간부들이 한 번에 모두 자리를 옮기게 돼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적폐 수사'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며 지난해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한 검사장은 윤 총장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을 거치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수사했고,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진행하며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한 검사장은 이성윤 전임 부장보다 4기수 후배지만, 후임으로 전격 발탁돼 전국 부패범죄를 총괄하는 요직에 앉았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전보 5개월 만에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대검찰청 이두봉(왼쪽부터) 과학수사부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이 지난해 10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0.17. yesphoto@newsis.com
박 검사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그는 ▲국가정보원 댓글 등 의혹 ▲기무사령부 불법 사찰 의혹 ▲삼성 노동조합 와해 의혹 ▲박근혜정부 정보 경찰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여럿 수사해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들 외에도 윤 총장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했던 이두봉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대전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그 또한 서울중앙지검 4차장·1차장검사를 거쳐 전체 검찰의 과학수사를 이끄는 역할을 맡았으나 일선 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들뿐만 아니라 윤 총장의 가장 옆에서 그를 보좌했던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는 대전고검 검사장으로 전보됐다. 검찰 예산 등 '살림'을 맡았던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전국 형사사건을 지휘하는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다. 노정연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전주지검장으로, 문홍성 대검 인권부장은 창원지검장으로 전보 대상이 됐다.

이 밖에도 이른바 '대윤-소윤'으로 불리며 윤 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직으로 향한다. 사법시험이 지난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됨에 따라 지난해 처음으로 단 1명이 50기 연수생으로 입소한 바 있다. 일선청의 수장에서 사실상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대검 주요 간부가 모두 전보 대상이 돼 핵심 요직에서 밀려난 점 등에 비춰 법무부의 이번 인사의 의도 등이 사실상 여실히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의 한 검사는 "사실상 예견됐었던 일"이라며 "전례가 없었던, '설마' 했었던 인사가 실제 이뤄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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