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나오자 "네가 제보했지"…시민단체, 보육교사 실태 발표

기사등록 2020/01/08 18:43:58

직장갑질119, 보육교사 설문조사 결과 발표

CCTV로 감시 등 '직장 내 괴롭힘' 사례 다양

응답자 절반 "직장 내 괴롬힘 有" "이직 희망"

"복지부 조사와 차이…설문조사 방식 바꿔야"

[뉴시스]그래픽 윤난슬 기자 (뉴시스DB)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원장이 국공립어린이집 개원 준비 과정에서 횡령을 한다는 위탁업체 제보로 구청 감사가 들어왔습니다. 원장은 제보자를 찾으러 다녔고, 위탁업체 이사장이 주임교사인 제가 이야기했다고 말을 흘렸습니다. 원장은 제가 어린이집만의 속사정을 말했다며 시말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제가 거부하자 교실에서 못 나오도록 감금했습니다. 하루종일 교실에 있었던 저는 무서움에 다음날 출근을 하지 못 했습니다"

"원장님은 폐쇄회로(CC)TV를 감시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교사가 안 보이면 바로 이름을 불러 “어디 있냐, 없는 거 같은데?"라고 합니다. 여러번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원장은 '내가 아동학대로 끌려가는 것보다 CCTV로 감시하다가 잡혀가는 게 낫다'며 멈추지 않습니다.

직장갑질 119는 8일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응답자 57.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10명 중 7명은 가해자로 '원장,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를 지목했다.

이 단체는 "이 결과는 보건복지부 '2018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인다"며 "정부는 보육교사 직종 특성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취지를 반영한 실태조사 보완 및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설문조사 결과 하루 8시간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보육교사 91.5%가 실제로는 8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원장의 강요로 ‘휴게시간을 자유로이 쉬었다는 자필 서명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3.8%에 달했다.

설문조사 참여자의 52.3%는 직장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제출했다. 54.2%는 1년 이내에 이직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갑질 119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보건복지부의 2018 전국보육실태조사를 비교하며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과 근무 여부에 대해서 원장은 61.2%, 중간경력자는 49.5%가 초과근무가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직장갑질 119의 설문조사 결과 91.5%가 초과근무가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갑질 119의 설문조사에서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이들이 79.9%나 되지만 복지부 조사 결과 66.4%가 휴게시간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 119는 ▲원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설문조사 ▲보육교사 노동조합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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