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증거 내놓지 못하면서 20일 법원 선고에 관심
검찰이 고씨의 범행 가능성을 설명하는 주변 정황증거를 나열하면서도 직접 증거는 하나도 내놓지 못하면서 법원의 선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진다.
6일 제주지법 형사2부 정봉기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사체훼손·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 고유정에 대한 1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예정됐던 고유정의 친동생에 대한 증인신문은 철회됐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서증이나 물증으로 이 사건 증거를 탄핵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증인신문은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진 서증 조사에서 '피해자의 자연사 가능성'과 '아버지에 의한 사망가능성', '피고인의 계획적 살인'의 세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센터장과 수면학회 회장,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 등의 진술과 의견을 토대로 피해자가 아버지에 의해 숨질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법의학계의 권위자인 이정빈 석좌교수는 검찰 측에 "피해 아동은 사망당시 키와 체중이 적었지만, 코와 입이 막히면 숨을 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해 빠져나왔을 것이다"며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막지 않는 한 피해자는 고개를 돌려 숨을 쉴 수 있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피해자가 숨진 지난해 3월2일 새벽 시간 청주시 자택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삭제하고, 녹음된 음성을 재생해 듣는 등 깨어있었던 정황이 나왔다.
검찰은 고씨가 현 남편의 잠버릇을 언급한 시기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고씨의 뜬금 없는 잠버릇 언급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려는 수단으로 작용했으리라는 추정이다.
고유정은 2건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3월2일 오전 4~6시 사이 아버지와 자고이는 의붓아들 A(사망당시 5세)군의 머리 뒷부분을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고씨의 살해 동기가 의붓 아들에 대한 적개심의 표현으로 판단했다. 유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의붓아들만 아끼는 태도를 보이자 범행에 나섰다는 것이다.
고씨는 2달 뒤인 지난해 5월25일 전 남편 B(사망당시 36세)씨를 제주시 소재 모 펜션에서 잔혹하게 살해했다. 대범한 시신 훼손과 뒷처리 방법이 세상에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이 크게 일었다.
공판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고유정은 횡설수설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고유정은 지난 7차 공판에서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선 "우연적 요소를 꿰맞춘 상상력의 결정체"라며 검찰의 공소장을 전면 부인했다.
고씨 측은 지난 공판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편견 속에 재판이 진행 중이다"면서 "(법원이)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옳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전 남편 살인사건 유족들이 빠른 판결을 원하는 만큼 오는 20일 두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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