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나 가"…괴롭힘 금지법 6개월, 직장막말은 여전

기사등록 2020/01/05 17:00:00

이메일 제보 226건 중 27건(11.9%)이 모욕 관련

'괴롭힘 금지법' 시행 6개월…'상사 막말'은 여전

"녹음 등 증거 모으고 동료들과 해결안 찾아야"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제가 잘못한 것에 대해 상사가 '지나가는 고등학생 데려다 일 시키는 게 낫겠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한테 일을 주지 말라고도 하시더라고요. 늘 비속어를 달고 사는 상사도 있습니다. 저를 불러세워서는 '씨X! 얼굴 X같이 생겼네! 너 그럴거면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늘 다니면서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해왔지만 최근 들어 더욱 더 심해졌습니다. 갑자기 저를 불러 면담을 하더니 '너는 업무능력이 빵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능력없는 네가 살 길은 시집가는 게 제일 빠른 길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직장갑질 119는 5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다 돼가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여전히 모욕과 멸시에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26건을 살펴본 결과 27건(11.9%)이 모욕과 관련된 제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16일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6개월이 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아직까지 '상사의 막말'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A씨는 "상사가 매일 '까라면 까야지, 상사가 네 친구야? 나 때는 말이야 이런 건 상상도 못했어'라는 말을 하며 부하직원들을 괴롭힌다"며 "어느 회사의 대표자는 '일을 못해서 못한다고 지적하면 잘못했다고 해야지, 변명만 늘어놓고 기분 나쁜 티를 내는 게 회사냐, 어디 학교 나왔냐' 등의 말도 한다고 들었다"고 호소했다.

폭언과 모욕은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만큼 모욕적인 비난을 받은 직장인들은 극심한 우울증과 불면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 직장갑질 119의 설명이다. 

직장갑질 119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히 모욕을 하면 '모욕죄'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고, 욕이 없어도 모욕이 될 수 있다"며 "상사로부터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등의 이야기를 들은 직원에 대해 법원이 '상사의 행위가 단순 농담의 범위를 넘어 굴욕감, 모욕감을 줬다'며 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록하고, 녹음하고, 증거를 모으고, 목격자·동료 발언을 모으고, 동료들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매뉴얼'에도 '다른 직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와 '합리적 이유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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