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유일 프로파일러 "국민 기대에 맞춘 과학수사 발전 약속"

기사등록 2020/01/05 15:15:30 최종수정 2020/01/05 16:36:06

전남경찰청 차운 범죄분석팀장, 2005년 이후 과학수사 두루 섭렵

"프로파일러 맹신 경계해야…국민 기대 맞춰 인력·예산 투자 필요"

[광주=뉴시스] 전남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분석팀장 차운 경감이 지난 2018년 강진 여고생 실종사건 당시 범죄분석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독자 제공) 2020.01.05.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과학수사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전남경찰청 과학수사계 차운(54) 범죄분석팀장은 5일 "이제서야 도약기를 맞은 국내 프로파일러 분야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소명 의식으로 일선 현장을 발로 뛰겠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전남 전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유일한 현직 경찰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으로, 과학수사 전반을 두루 경험한 베테랑 수사관이다.

2001년 조사 경장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지능범죄수사(과거 조사계) 분야에서 5년간 일하다, 당시로서는 걸음마 단계였던 과학수사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차 팀장은 "조사계 근무 당시, 술에 취해 범행 장면을 기억 못하는 목격자를 상대로 진행한 법 최면을 활용해 수사가 큰 진전을 이뤘던 경험이 감명 깊었다"면서 입문 동기를 설명했다.

 특히 2004년 전후로 당시 경찰은 '대전 발바리' 사건,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 등을 계기로 기존 수사기법에서 진일보한 프로파일링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이듬해인 2005년 수사보안연수원 범죄분석전문과정 1기가 개설됐다.
 
프로파일러의 세계에 매료돼 관련 서적을 탐독하던 차 팀장도 '과학수사 분야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우여곡절 끝에 전문과정 교육을 수료했다.

이를 통해 당시 저변이 넓지 않았던 과학수사 범죄심리 분석 분야의 다양한 기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연수를 받으며 범죄심리분석 분야 관련 견문을 넓혔다.

차 팀장은 2005년부터 현장 일선에서 화재전문 수사, 몽타주 등 과학수사의 전 분야에 두루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가 다각적으로 범죄심리 분석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심리학·사회학 전공자 출신 특채 전문 프로파일러 37명이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배치돼 있지만, 차 팀장처럼 과학수사 전반에 걸쳐 경험을 차근차근 쌓은 '실무형' 프로파일러는 손에 꼽는다.  

[광주=뉴시스] 전남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분석팀장 차운 경감이 현장에서 증거 차량 내 지문 등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2020.01.05. photo@newsis.com
차 팀장은 "과학수사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프로파일링은 가장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분야다"면서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와 기존의 수사기법에 대한 배경지식도 충분히 갖춰야 제대로 된 범죄심리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파일링을 "단순히 범죄인의 심리를 분석한다는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다. 범죄현장에 남은 과학적 증거와 유사사례 피의자들의 심리 패턴 등을 조합해 범죄를 '재구성'하는 일이다"고 정의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지난 2018년 여름 발생한 '강진 여고생 실종사건'이었다.

차 팀장은 "실종 여고생이 범죄 피해자인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숨지고 실종이 장기화되면서 고생을 가장 많이 했던 사건이었다"면서 "수사 과정 중 심리학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느낀 사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으로 안타까움이 컸다"면서도 "돌이켜 보면 안타깝지 않은 사건이 없다. 흉악 범죄도 결국은 말 한마디와 오해, 순간적인 충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오리무중에 빠졌던 사건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피의자 유기-은닉추정을 위한 보고서',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한 피의자 심리부검 보고서' 2편을 작성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남경찰청 과학수사계 차운 범죄분석팀장이 지난 3일 광주 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1.05.wisdom21@newsis.com

차 팀장은 프로파일링에 대한 막연한 맹신과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파일러의 정확한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형사도 많다. 프로파일러가 범죄 현장만 보고 범인을 지목할 수는 없다. 프로파일러는 과학적 증거와 심리학적 변인 등을 토대로 수사 범주와 방향 등을 조언해주는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좀도둑부터 강력범죄 피의자들까지 혐의를 부인하며 '증거'를 요구한다. 쉽사리 자백하지도 않는다"면서 "때문에 과학수사의 중요성은 수백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차 팀장은 앞으로 심리학 박사 학위에 도전할 계획이다.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과학수사의 위상과 늘어난 수요에 맞춰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차 팀장은 "겉보기에 평범한 사람도 흉악범죄 피의자가 된다. 열길 마음 속을 아는 열쇠는 '심리학'이다. 심리학을 깊이 공부해 전남경찰청 과학수사 분야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처음 과학수사 분야가 시작될 때보다는 인력, 예산, 전문성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국민들이 과학수사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이미 높아져 있다. 과학수사에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자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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