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종량세'로 전환한 정부…국산 캔맥주 얼마나 싸질까

기사등록 2020/01/05 12:00:00

정부, 주세 과세 체계 종량세로 전환

캔맥주 세금, 1ℓ당 415원씩 내려간다

수입 맥주는 가격 경쟁력 낮아질 듯

막걸리는 고급화해도 세금 변화 없어

[서울=뉴시스] 캔맥주도 생맥주처럼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거품 생성기. 2019.06.30. (사진=이마트 제공) photo@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술에 세금(주세)을 물리는 방식을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꿨다. 이에 따라 국산 캔맥주 제조사가 부담하는 세금은 1ℓ당 415원씩 줄어든다.

국세청은 "국산 맥주와 수입산 맥주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주세 과세 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했다"고 5일 밝혔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을 출고할 때(주류 수입업자는 수입 신고할 때)의 주류 가격'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같은 주종이더라도 가격이 싸면 세금을 적게 내고, 비싸면 많이 내는 체계다.

종량세는 출고되는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계산한다. 주류의 가격이 싸든 비싸든 관계없이 주종이 같고 동일한 양을 출고했다면 내는 세금은 똑같다.


종량세 전환의 최대 수혜자는 국산 캔맥주다. 기존 종가세 과세 시 1121원이었던 국산 캔맥주 주세는 종량세 전환 시 830원으로 291원 내려간다. 교육세·부가가치세(VAT) 등을 포함한 총 세 부담액은 1343원으로 기존(1758원) 대비 415원 낮아진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국산 캔맥주는 종량세 전환 시 주세 부담액과 출고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크다. 이렇게 낮아진 출고 가격을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는 주류 판매업자가 결정할 사항이지만 가격 조정 여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수입 캔맥주는 기존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종가세가 국산 캔맥주 제조사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종가세는 국산 캔맥주는 출고할 때, 수입 캔맥주는 수입을 신고할 때 주세를 낸다. 이때 세액을 결정하는 '과세 표준'에 국산 캔맥주는 제조 원가·판매 관리비·이익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반면 수입 캔맥주는 수입 가액·관세만 들어갈 뿐 판매 관리비·이익은 제외된다.

이에 따라 국산 캔맥주는 수입 캔맥주보다 더 많은 주세를 내왔고, 이는 제품 가격의 차이로 나타났다. 캔맥주 수입사가 편의점 등지에서 '4캔에 1만원'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동안 국산 캔맥주 제조사는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며 "국산 캔맥주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세청은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는 과세 시점의 차이로 국산 캔맥주가 수입 캔맥주에 비해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종량세가 국산 캔맥주와 수입 캔맥주 간 차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종량세는 국산-수입 캔맥주 간 차별 해소뿐만 아니라 주류 품질 개선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국세청은 내다보고 있다.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 고품질의 주류를 생산하면 출고 원가가 올라 내야 할 세금도 오른다. 그러나 종량세에서는 출고 원가가 오르더라도 세금이 이전과 같기 때문에 주세 부담이 그대로다.

다만 생맥주의 경우 종량세 전환에 따라 출고 가격이 올라간다. 생맥주는 유통 용기를 재활용해 쓰므로 용기 제조 비용이 적어 과세 기준이 되던 가격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량세 전환에 따라 캔·병맥주 등 다른 유형의 맥주와 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국세청은 향후 2년간 생맥주의 주세를 20%만큼 경감해주기로 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일부터 '클라우드' 생맥주의 출고 가격을 3%(20ℓ 기준 1108원) 인상했으나 주세 경감에 따라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국세청은 예상하고 있다.

병맥주의 주세는 1ℓ당 16원, 페트병 맥주는 27원 인상된다. 총 세 부담액 인상분은 병맥주 23원, 페트병 맥주 39원이다.

수제 맥주와 막걸리(탁주)는 종량세 전환이 긍정적이다. 규모가 작은 수제 맥주 제조사는 높은 원가에 따라 많은 세금을 내왔는데, 종량세 전환으로 세 부담이 줄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막걸리는 비싼 용기를 도입해 고급화하더라도 그 비용이 과세 표준에서 제외돼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 이는 양질의 원재료를 쓰거나 맛을 다양화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종량세 전환이 수제 맥주의 다양화, 탁주의 고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주류 관련 제도에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혁신적인 신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