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시행령]대토보상권 리츠 출자땐 양도세 15% 감면받는다

기사등록 2020/01/05 15:00:00

정부, '2019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 발표

감면율 10%→15% 상향…"리츠, 채권과 유사 성격"

"신탁 거래 금지로 대토사업 위축 필연적" 지적도

2021년부터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도 늘어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3기 신도시 수용지역인 경기 하남 교산지구,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들이 지난해 11월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 등을 외치고 있다. 2019.11.29.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정부의 토지 개발 사업에 협조해 보유하고 있던 땅을 내놓은 후 대토(代土)보상권을 받은 토지 소유자가 이 보상권을 부동산 투자 펀드에 출자하면 감면받을 수 있는 세금 액수가 늘어난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토보상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정부가 신탁사를 통한 보상권 거래를 전면 금지한 상황이라 대토 사업 자체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세법에서 위임한 사항 등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한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신도시 조성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땅을 내놓은 사람에게 정부는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금으로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토지 소유자가 원할 때는 토지로 할 수도 있다. 당해연도에 공익사업이 시행된 지역이 대상이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할 때까지 전매하지 않는 것이 조건이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시중에 막대한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한꺼번에 풀려 유동성이 급증하는 것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3기 신도시 개발로 예상되는 토지 보상금은 40~45조 수준이다.

이 밖에도 개발 이익을 건설사가 아닌 토지 소유자와 공유하고, 해당 지역에의 주민 재정착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대토보상 확대를 방침으로 두고 있다. 현금 보상에 대해선 양도소득세를 10%만 깎아주지만, 대토보상을 신청하면 40%까지 감면받는다. 감면율은 기존 15%에서 40%로 대폭 올렸다.

대토보상으로 받은 땅을 되팔았다면 현금 보상으로 전환된 경우로 간주하고 감면된 세액 전액에 더해 이자를 추징한다. 그러나 대토보상권을 리츠(REITs·부동산 전문 투자 펀드) 등 상품에 현물 출자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보상권을 유지한 경우와 달리 리츠에 재투자했을 때는 양도세를 15%만큼 깎아준다. 감면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올린 것이다. 토지 보상금을 국가나 공기업 등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지급하는 경우와 같은 수준이다.

이호근 기재부 재산세제과장은 "토지보상금이 한꺼번에 풀리면 주변 지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유동성을 묶어둘 수 있는 대토보상을 활성화하려는 방향"이라며 "리츠라는 상품 자체는 채권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기에 인센티브(incentive)를 주기로 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리츠에 보상권을 출자한 토지 소유자는 대토보상 자체로 감면받은 양도세(40%)에서 리츠 투자로 받을 수 있는 감면액(15%)을 뺀 만큼만 납부하면 된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01.05. ppkjm@newsis.com
다만 정부가 이미 신탁 방식을 통한 보상권 거래를 금지한 상태라 대토 사업의 활성화 효과를 충분히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탁 방식이 허용됐을 때는 신탁사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 리츠는 돈을 장기간 묶어두는 것"이라며 "신탁업 금지로 민간 기업이 거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리츠 투자에 대한 혜택을 준다 해도 대토 시장 위축은 필연적"이라고 짚었다. 심 교수는 "대토 제도 자체를 바꾸면서 민간이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부정하는 것이고, 이는 곧 소비자 선택의 기회까지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밖에 현금영수증을 의무로 발행해야 하는 업종이 늘어난다. 변호사 등 전문직, 병·의원, 약사업, 수의사업, 교습학원, 가구소매업, 골프장 운영업 등 77개 업종에 더해 전자상거래 소매업(오프라인 거래에서도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대상인 재화와 용역을 취급하는 경우만), 기숙사·고시원 운영업, 독서실 운영업, 두발 미용업, 철물 및 난방 용구 소매업, 신발 소매업, 애완용 동물 및 관련 용품 소매업, 의복 소매업, 컴퓨터 및 주변장치·소프트웨어 소매업, 통신기기 소매업 등 업종도 10만원 이상의 거래금액에 대해선 반드시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야 한다. 미발급 시에는 거래금액의 20%를 기준으로 가산세가 붙는다. 2021년 1월1일부터 거래하는 분부터 적용된다.

수송·저장 과정에서 증발되면서 생기는 휘발유 '자연감소'분에 대해서는 세금 공제율을 매월 반출량의 0.5%에서 0.2%로 축소한다. 강화된 환경 규제와 기술 발전 상황 등을 고려해 공제율을 현실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이 조치로 연간 세수가 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 4월1일 이후 반출하거나 수입신고하는 분부터 적용된다.

위 개정안은 오는 6~28일 입법 예고 기간과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다음달 중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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