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시무식서 '이육사 광야' 낭송…왜?

기사등록 2020/01/03 07:00:00

수사권 조정 염원, 이후 방향 고민 담긴 듯

"구시대 틀 벗어나…스스로 증명 길 나아가"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지난해 7월18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07.23.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이육사 시인의 '광야' 중)

민갑룡 경찰청장 지난 2일 경찰청 시무식에서 이육사의 시 '광야'를 낭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배, 예속의 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 이 작품을 택했다고 하는데, 수사권 구조 조정에 대한 염원과 이후 경찰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민 청장은 전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구성원들에게 "올해는 우리 경찰로서는 역사를 맞이해야 하는 순간"이라며 "구시대의 틀을 벗어나 이제 우리가 책임지고 국민께 다가서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존에 우리를 예속했던 틀이 우리에게 안분지족을 줬을지도 모르겠지만 존재 가치를 주지는 못했다"며 "이제 우리는 2020년에 우리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길로 나아가게 된다"면서 광야를 읊었다.

민 청장이 낭송한 광야는 이육사 후기 대표작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일제 치하 절망적 현실에 대한 저항 의지와 미래를 기대하는 신념이 담겼다고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낭송 이후에는 "여러분 다 같이 힘을 모아 광야를 옥토로 바꿔나갑시다"라고 호소했다.

민 청장은 수사권 구조 조정과 관련한 현 상황을 시 광야에 빗대 표현하면서 구성원들에게 공감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구조 조정은 현재 국회 논의 중으로 현실화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조정 방향은 검·경 관계를 지휘가 아닌 협력 관계로 두고,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진다.

한편 시무식에서는 운세가 적힌 쪽지가 담긴 '포춘쿠키'를 열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민 청장 몫 운세 쪽지에는 "새해에는 상대방에게 미소를 지어 주십시오. 당신의 미소가 그들에겐 값진 선물이 됩니다"라는 문구가 나와 행사장에 웃음이 흘렀다.

신임 장하연 경찰청 차장은 부임인사를 겸해 "올 한해 웃음만 가능하도록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