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 훔친 도둑들, 훔친 이유엔…'묵묵부답'

기사등록 2019/12/30 20:07:31

성금 6000만원 도난 당한 지 4시간여 만에 회수

경찰, 충남 계룡·대전 유성서 30대 용의자 2명 각각 검거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붙잡힌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12.30.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전북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 용의자 2명이 긴급체포된 가운데 범행 이유와 동기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충남지역에서 붙잡힌 용의자 A(35)씨와 B(34)씨는 30일 오후 7시께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모두 겨울용 점퍼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이 자리에서는 '왜 성금을 훔쳐갔느냐', '계획된 범행이었느냐', '얼굴 없는 천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완산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 25분께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용의자 2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각각 붙잡았다"고 밝혔다.

완산경찰서와 노송동 주민센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분께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주민센터 인근에 성금이 담긴 종이박스를 놓아 뒀으니 확인해보라"는 전화가 주민센터로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곧바로 지하 주차장 입구 등 센터 주변을 샅샅이 찾았으나 성금이 담긴 박스는 찾지 못했다.
 
몇분 뒤 이 남성으로부터 "성금을 찾았느냐"는 전화가 두차례나 걸려와 다시 주변을 살폈지만 성금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누군가 박스를 가져간 것 같다"라는 4번째 전화를 받고서 주민센터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지난 26일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세워져 있던 SUV 차량 1대를 수상히 여기고 추적에 나섰다.

이후 사건 발생 4시간 30여분만인 오후 2시 40분께 A(34)씨와 B(35)씨 등 2명을 대전 유성과 충남 계룡에서 각각 붙잡았다.

이들은 이맘때면 얼굴 없는 천사가 방문한다는 것을 예상하고 수일 전부터 범행 현장 인근에 잠복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갖고 있던 기부금 6000여만원을 회수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계획성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이날 경찰이 회수한 성금이 주민센터에 전달되면 천사가 올해까지 20년간 놓고 간 돈의 총액은 모두 6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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