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요금 연장하고 전통시장 혜택 늘린 한전…정부 눈치봤나

기사등록 2019/12/30 18:13:41

5년간 285억원 들여 전통시장 지원…폐지된 제도보다 혜택 늘어

올해 일몰될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3년 연장…불필요한 추가 지출

한전 관계자 "전기요금 정상화 추진…공기업으로서 역할도 수행"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DB)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일몰하기로 결정했지만 당장 재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게 됐다. 단계적인 완화 방안을 도입하고 전통시장에 대한 혜택을 늘리기 위해 새로 예산도 편성한 탓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원하지 않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30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앞으로 5년간 총 285억원을 들여 전통시장 에너지 효율 향상과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 대신 2011년 7월 도입된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진다. 이는 전통시장·전통상점가의 일반용 저압 도·소매업 고객을 대상으로 월 전기요금의 5.9%를 깎아주는 제도이다. 연간 할인액은 약 26억원이며 매월 2만4000호가 이 혜택을 받고 있다.

한전의 새로운 전통시장 전기요금 지원금이 연간 5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특례할인이 없어져도 상인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 관계자는 "지원 조건을 완화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통시장 고객을 늘리려는 것"이라며 "발광다이오드(LED) 교체와 태양광 지원 사업 등 다양한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일몰될 예정이었던 전기차 충전전력요금 할인도 2022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는 전기차 소유자와 충전서비스 제공사업자의 충전 설비를 대상으로 기본요금은 면제하고 전력량요금은 한전은 50% 할인해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올해에만 333억원을 할인해줬다.

지금보다 할인율은 줄어들지만 2022년에는 222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과 2021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할인액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면 일몰될 예정인 할인제도를 연장함으로써 최소 700억원가량을 3년간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2020년과 2021년의 할인율은 2022년보다 높기 때문에 이 액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에 관련 특례할인 요금제를 바로 폐지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산업부가 발표한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에는 2030년까지 신차 시장에서 전기·수소차 판매 비중을 33%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전 관계자는 "해당 요금제를 통해 전기차 보급 기반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할인율을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 추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 사례에도 전기차 관련 요금을 할인해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간 정책 엇박자 논란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산업부와 한전은 함께 특례할인 제도의 효과를 분석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며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한전 이사회가 회사 이익을 크게 개선시키지 못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나아가 전기요금 인상을 원하지 않는 정부의 눈치를 보고 이사회가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내년 마련될 새로운 전기요금 개편안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 개편안은 결국 더 거두어들이는 게 골자다. 앞서 한전은 재무부담을 덜기 위해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반가울리 없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전력요금 할인과 신재생에너지 할인 등 내년 일몰될 예정인 전기요금 특례할인도 남아있기 때문에 해당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은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 혜택 등이 필요하다면 공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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