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 정한 여야, 이제는 '선거구 획정' 놓고 샅바싸움

기사등록 2019/12/27 18:13:10

서울 강남·노원, 경기 군포·안산 통폐합 대상 가능성

세종·춘천·순천은 분구…각 2개 선거구로 증가

한국당, 인구비례성 들어 호남 지역구 증가 비판

각 당 이해관계 첨예해 협상 장기화 할 전망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3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19.12.27.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내년 4월 총선의 '게임의 룰'을 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여야 간 선거구 샅바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의석수를 지난 20대 총선 때와 같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유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4년 전과 달라진 인구수를 기준으로 선구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선거구의 통폐합이나 분구가 불가피하다.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자당 의석을 1석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각축전을 벌였던 여야가 이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구를 절대 사수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선거구는 선거일 15개월 전 인구수를 기준으로 인구 상·하한선을 산출해 하한선을 밑도는 지역구는 통폐합을, 웃도는 지역구는 분구를 하는 방식으로 획정한다.

내년 4월 총선 15개월 전인 올해 1월 말 기준 인구수는 총 5182만6287명이다. 이를 253개 지역구로 나누면 1개 지역구당 평균 인구수는 20만4847명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의 인구 편차는 2대 1을 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평균 인구수를 기준으로 3분의 1을 가감(±)해서 인구 상·하한 구간을 정한다. 이에 따른 인구 상·하한선은 13만6565~27만3129명이다.

다만 이는 이론상 상·하한선으로 실제 인구 상·하한선은 이를 참조해 여야 협상으로 정한다.

자유한국당을 뺀 채 선거법 개정안을 성안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이론상 하한선에 가장 가까운 전북 김제시·부안군(13만9470명)을 하한선으로 잡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상한선은 2배인 27만8940명이 된다.

이에 따르면 경기 군포시갑(13만8410명)과 군포시을(13만8235명)은 2개 선거구 모두 하한선을 밑돌아 1개 지역구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4+1은 서울 강남구갑(19만3376명)·강남구을(16만321명)·강남구병(18만8457명)을 2개 선거구로, 경기 안산시상록구갑(19만9211명)·안산시상록구을(15만6308명)·안산시단원구갑(16만17명)·안산시단원구을(14만4427명)을 3개 선거구로 각각 1개씩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노원구갑(16만2128명)·노원구을(20만2508명)·노원구병(17만8108명)이 2개 선거구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세종시(31만6814명), 강원 춘천시(28만574명), 전남 순천시(28만150명)는 인구 상한선을 넘기 때문에 2개 선거구로 쪼개질 전망이다.

분구를 통해 늘어난 3개 선거구를 수도권 선거구 통폐합으로 상쇄하는 셈이다.

4+1이 선거구 통폐합 대상을 수도권 지역구들로만 한정한 것은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평화당과 대안신당 등이 농어촌 배려를 강력히 주장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26.kkssmm99@newsis.com
민주당은 수도권 의석 비중이 높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법안 처리 때까지 4+1 공조를 공고히 끌어가야 하는 처지여서 수도권 선거구 축소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4+1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기 군포시는 아예 하한선을 미달하기 때문에 무조건 통폐합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기 안산, 서울 강남·노원은 하한선에 미달하지는 않지만 농어촌 지역구 배려를 위해 수도권이나 도시 쪽은 엄격하게 적용하는 차원에서 통폐합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외 지역에도 인구 하한선을 밑도는 선거구가 있지만 다른 선거구와의 미세 조정을 통해 지방에서의 통폐합은 가능한 피하도록 하겠다는 게 4+1의 입장이다.

실제 부산 남구을(13만3387명)의 경우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지만 남구갑(14만6083명)과 선거구 미세조정을 거치면 하한선을 넘어설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이나 도시 쪽에서 통폐합이 된다면 나머지는 살 수 있는 곳들이 많다"며 "부산 남구처럼 선거구를 조정하면 문제가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갑(13만6153명)이나 전남 여수시갑(13만5150명)도 인구 하하선을 밑돌지만 각각 광명시을(19만272명), 여수시을(14만7964명)과의 미세조정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지역구로 꼽힌다.

반대로 경기 평택시을(31만4935명), 고양시갑(29만5231명)·고양시병(28만1824명), 화성시을(30만232명) 등은 상한선을 초과하지만 각각 평택시갑(18만1389명), 고양시을(18만9030명)·고양시정(27만7912명, 화성시갑(22만3392명)·화성시병(24만1483명)과의 조정으로 분구를 피할 수 있다.

이밖에 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13만6942명), 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구·울진군(13만7992명) 등은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지만 주변 지역 선거구를 떼고 붙이는 식으로 선거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4+1의 선거구 논의에서 호남 지역구가 1석 늘어나는 것을 문제삼고 있는 한국당은 향후 선거구 협상에서도 호남 의석 축소를 강하게 주장하며 4+1 틈벌리기를 시도할 전망이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구 비례성이 안 그래도 호남 지역구가 충청 지역구보다 40만명이나 부족하다"며 "의석 수는 호남 의석이 한 석 더 많은데 이제 한 석을 더 가져 간다고 한다. 제정신인가"라고 비난했다.

선거구는 국회의 획정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넘겨받아 최종적으로 획정한 뒤 입법화하도록 돼 있다. 각 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선거구 획정 협상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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