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한국당 시위에 경비 삼엄…국민과 더 멀어진 국회

기사등록 2019/12/22 09:50:00

태극기 부대 난입 사태 뒤 일반인 출입 통제 심해져

국회 단체 관람 전면 취소…국회도서관 이용도 제한

"경내 집회 우려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출입 제한 지속"

한국당, 보수 유튜버들 출입 통제 풀어달라 강력 요구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지난 16일 보수단체의 난입으로 국회 출입이 강화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kmx1105@newsis.com

※ '여의도 and'는 정치권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여의도 국회는 물론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등의 조직과 사람들 사연, 제도와 법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 각종 사건사고 후일담 및 에피소드 등을 뉴시스 정치부 기자들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요즘 여의도 국회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국회 본청은 물론 잔디밭을 비롯한 국회 경내에까지 일반인들의 출입 제한 조치가 내려진 까닭이다.

발단은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였다. 당시 집회에 참가한 지지자 수백명이 국회 본청에 강제 진입을 시도하며 기물을 파손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태극기 부대에 점령당한 그날 이후 국회 경비는 삼엄해졌다. 국회 사무처의 요청에 따라 17일부터 3000명이 넘는 경찰 병력이 매일 철통 경비를 서면서 경내로 진입하는 7개 문에서 출입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국회 본청도 국회의원과 상근근무자, 출입기자 등 출입증을 소지한 인원 이외에는 엄격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원래 일반인도 방문 목적지와 용무가 확실하면 신분증을 맡기고 임시 출입증을 받아 본청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현재는 임시 출입증 발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보수 성향 시민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문에 집회의 여파로 출입을 제한하는 방이 붙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2019.12.16. photothink@newsis.com
국회 측은 "다수의 인원들이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점거농성 행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다중이 본관에 진입할 경우 본회의장 부근의 질서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본관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이 때문에 '들어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에 실랑이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태극기 부대로 추정되는 한 중년 여성은 경찰에 의해 경내 진입이 막히자 "국민이 국회에 들어가겠다는 데 왜 막냐"고 따졌다. 같은 날 국회 본청에서 한 민원인이 임시 출입증 발급을 거부당하고 돌아서자 국회 방호과 직원은 "개인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모든 분들에게 출입증이 안 나오고 있다"고 미안해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2019.12.16. kmx1105@newsis.com
승객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택시에 대해서는 트렁크도 열어보는 등 출입 차량에 대한 검문 강도도 높아지면서 아침 출근길 국회 진입로에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검문이 늦다며 애꿎은 의경에게 짜증을 내는 운전자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하루에 많게는 수백명의 학생이 모여들던 단체 참관 행렬은 뚝 끊겼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회의 한 직원은 "예정돼 있던 단체 참관은 모두 취소된 상태고 현재 예약도 받지 않고 있다. 언제 다시 접수를 받을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회도서관 이용자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종전 국회도서관은 일일 열람증을 끊고도 마음대로 출입이 가능했지만 경내 진입 자체가 통제되면서 장기열람증을 소지한 사람만 들여보내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국회법, 공수처법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12.17.kkssmm99@newsis.com
한국당과 지자자들이 만들어낸 그날의 사태 이후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더 멀어진 셈이다.

국회의 일반인 출입제한조치가 언제 풀릴지는 미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폐(開閉) 조치를 조절하겠지만 근본적인 제한 조치 해제는 국회 경내 집회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라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는 한국당의 국회 안 규탄대회와 보수단체들의 국회 밖 집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임시 출입증 발급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서도 한국당 측은 국회에 보수 유튜버들의 출입 통제를 풀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경찰의 봉쇄를 뚫는 방법으로 국회도서관 장기출입 등록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져 국회 사무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 및 공수처법 규탄대회를 마친 뒤 행진하고 있다. 2019.12.18.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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