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이호재 회장 기증 작품 특별전...36점 전시
서울서예박물관 '조선 ·근대 서화전' 21일 개막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시간은 글씨도 암호로 만든다. 누렇게 변한 종이위에 쓰여진 글자들은 이제 조형미로 읽힌다. 당대 명필 추사 김정희의 칠언시(七言詩)도 해석이 불가한 채 유려한 붓놀림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서예. AI 알파고가 바둑도 두는 시대, '옛날 글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은 “서예는 한국 미술의 근간"이라고 했다. "서예는 서화동원(書畫同源), 서화일체(書畫一體)라는 말처럼 한국 전통에서 그림과 밀접한 관계라 할 수 있다. 글씨와 그림이 서로 어우러지고 융합하는 흐름은 조선과 근대를 거치며 한국 미술의 전통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씨와 그림이 서로 어우러지고 융합하는 흐름은 조선과 근대를 거치며 한국 미술의 전통을 이루고 있다"는 유인택 사장은 "조선의 서예는 대학자들의 학문과 사상, 교유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예술작품이자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며 서예의 위대함을 극찬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글씨와 함께 근대 대표 서화가의 작품을 한 눈에 볼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오는 21일 서울서예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 기증 '조선.근대 서화전'을 개최한다.
2011년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이 예술의전당에 무상 기증한 조선시대 및 근현대 서화작품들 가운데 엄선하여 상설로 선보이는 전시로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은 “한국의 현대미술은 역사적으로 서예 전통에 큰 신세를 졌다. 언젠가는 서예에 대해 제대로 보답을 해야 한다”며 "전통이 없으면 현대도 없다"는 것이 지론이다. 일제강점기에 채탁(採拓)된 한국의 고․중세 금석문 탁본 유물, 조선·근대 서화 등 총 74건 128점을 기증했다.
예술의전당은 이호재 회장의 소중한 뜻을 이어받아 2017년 고려 금석문을 주제로 한 차례 특별전을 연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글 29건 36점을 선보인다.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이야기로 유명한 조선 시대 최고 서예가 한석봉의 글씨 부터, 퇴계 이황, 추사 김정희, 자하 신위, 교산 허균, 미수 허목 등의 글을 볼수 있다.
조선 서화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보고, 이를 이어받은 한국 근대 서화가의 작품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근대 서화의 개창자(開創者)라 할 수 있는 심전 안중식, 한국 서화역사를 집대성한 위창 오세창, 근현대 서예의 최고봉인 일중 김충현, 서(書)를 현대미술로 승화한 고암 이응노 등 한국 서화사(書畫史)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조선 대학자들의 글씨는 외형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글이 머금고 있는 의미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서(書)에는 그들의 학문과 인품 또한 같이 담겨있다. 서(書)와 화(畵)가 어우러진 우리 전통을 재현하고, 나아가 재해석된 한국 미술의 계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경매에 나오면 고가에 팔릴만한 작품들이지만 흔쾌히 기증한 건 “미술인을 포함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우리 서예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일깨우고자 한다“는 이호재 회장의 의지다. 전시는 2020년 3월15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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