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국립 극단, 한강 '채식주의자' 연극 만든다

기사등록 2019/12/18 16:06:56 최종수정 2019/12/18 18:30:10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주목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맨부커 인터내셜널상(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 작가가 13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광주트라우마센터 주관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다. 2016.12.13. hgryu77@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내년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이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연극으로 옮긴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18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 70주년을 맞는 내년 라인업을 공개했다.

'채식주의자'는 벨기에 리에주극장과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어 양국 예술가 교류의 장을 마련한 결과다. '연출의 판 – 해외연출가전'의 하나로 벨기에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연출한다. 이 감독은 '채식주의자'가 연극으로 옮겨지는 것과 관련 "리에주 극장이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채식주의자'가 연극으로 옮겨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극단은 2021년 배요섭 연출이 유럽 예술가들과 함께 리에주극장에서 다원예술작품을 공연하는 것도 함께 한다. 배 연출은 최근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 한강의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가 원작인 연극 '휴먼 푸가'로 주목 받았다.

내년 국립극단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라인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세계적인 극단인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의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2~6일 명동예술극장)다. 이 감독은 "관습적 성역할의 전복, 장애인 배우 캐스팅 등 동시대 연극의 도전을 이뤄낸 화제작"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의 황금마스크상 수상작 '바냐 삼촌'(5월 28~30일 명동예술극장)도 초청한다. 리마스 투미나스의 파격적인 연출로 변신한 고전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한다.

국립극단의 70주년인 2020년을 여는 첫 작품은 배삼식 작가에게 의뢰한 신작 '화전가'(2월28일~3월22일 명동예술극장)다. 이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한다. 국립극단과 해방기를 다룬 연극 '1945'로 호평 받은 배 작가는 이번에 6·25 동란 직전인 1950년을 톺아본다. 위태로운 시기를 오직 서로에게만 의지한 채 살아가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70주년을 준비하며 진행한 관객 설문조사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원작 기군상, 각색·연출 고선웅)(6월19일~7월26일 명동예술극장)과 정진새 각색, 부새롬 연출로 새롭게 태어날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11월27일~12월27일 명동예술극장)도 기대를 모은다.

[서울=뉴시스] 이성열 예술감독. (사진=국립극단 제공) 2019.12.18 realpaper7@newsis.com
국립극단 역사에서 세 명의 연출가에 의해 공연된 레퍼토리 '파우스트'(원작 요한 볼프강 폰 괴테)(4월3일~5월3일 명동예술극장)도 기대를 모은다. 조광화 연출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임기를 마치고 무대로 돌아온 김성녀가 악마와 영혼을 담보로 거래하는 학자 파우스트로 분한다. 보통 남성 배우가 맡아온 역을 여성 배우의 대표격인 김성녀가 맡아 눈길을 끈다.

같은 시기에 함께 출범한 국립극단과 국립극장의 70주년을 자축하는 의미로 두 기관의 설립일인 4월29일 국립극장 야외마당에서 '7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국립극단은 과거 남산 국립극장 시절에 큰 사랑을 받았던 '만선'(작 천승세, 연출 심재찬)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소속단체로 남산 국립극장에서 국립극단과 함께 활동했던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오페라단을 명동예술극장으로 초청한다.

이 감독은 "70주년이지만 과거 보다 미래를 내다보겠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작품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올해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인 미국의 극작가 린 노티지의 2017년 퓰리처상 수상작 '스웨트'(가제)(연출 안경모)는 미국의 철강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올해 국내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였던 노동에 대해 다양한 시사점을 던지는 작품이다.

창작희곡 상시 투고 제도인 '희곡우체통'을 통해 올해 선정된 '사랑의 변주곡'(가제)(작 유혜율)은 김수영 시인의 시를 빌어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6월 소극장 판에서는 연극과 전통연희를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로 정평이 난 남인우 연출과 '굿'을 주제로 이 시대의 '넋'에 대해 다룬다.

올해 '영지'를 통해 10대 초반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상호'(가제)를 통해 10대 초반 소년들을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서울=뉴시스] 국립극단 2021-2022 시즌단원 소개. (사진=국립극단 제공) 2019.12.18 realpaper7@newsis.com
독일에서 활동하며 만 30세에 베를린 연극제 작품상을 수상한 작가 박본의 신작과 한국 퀴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상영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낭독공연으로 선보인다.

1950년 창립한 국립극장의 전속단체인 신협을 모태로 한 국립극단은 같은 해 창단 공연 '원술랑'을 선보였다. 지난 1962년 명동국립극장의 단일화된 전속 단체로 발족했다.

1973년 국립극장이 남산으로 이전하면서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2002년 예술감독제가 도입됐고, 2010년 재단법인화돼 지금의 서계동 시대를 열었다. 부지에는 200석의 백성희장민호극장, 80석 규모의 가설극장인 소극장 판이 있다. 2015년 558석의 명동예술극장을 통합하면서 이 극장도 전용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내년 70주년 기념 표어로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 국립극단 70'을 내건다. 이 감독은 "1년 내내 연극을 만날 수 있는 곳,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받을 수 있는 국립극단을 표방한다"고 했다. "여기, 현재에서 지나온 7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70년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극단은 2020-2021년을 함께 할 시즌단원 14명을 새로 뽑았다. 극공작소 마방진 소속인 김명기를 비롯 이상홍, 김예림 등이 뽑혔다. 이들은 2년 간 국립극단에서 활동한다. 1년에 최소 3편씩 출연한다. 김예림은 "외부에서 활동할 때는 공연을 하고 있어도 차기작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국립극단 시즌 단원이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 만큼 책임감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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