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비용 부담…여성은 안전·억압 요인 커
페미니즘 지지자 연애·출산 의향 비교적 낮아
"가부장 질서 변해야 연얘·결혼·출산 태도변화"
이들이 이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 주된 요인으로는 돈과 시간, 감정의 소모 때문이었다. 특히 남성은 비용 부담, 여성은 안전과 관계에 대한 불안 요인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연구진은 특정 성별에 대한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출산율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1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대 현상 : 탈가부장 사회를 향한 도전과 갈등'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남성 1500명, 여성 1500명 총 3000명의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남성은 비용, 여성은 관계에 연애·결혼 기피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 20대 1296명 중 22.3%는 향후에도 연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20대 1931명 중 23.5%는 결혼 의향이 없었다. 자녀가 없는 2002명 중 20.5%는 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연애 의향이 없는 여성은 26.7%, 남성은 18.8%였다. 결혼 의향이 없는 여성은 31.9%, 남성 16.3%,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은 40.3%, 남성 20.5%였다. 연애·결혼·출산 전 영역에서 향후 계획이 없다고 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남녀 모두 돈·시간·감정적 소모가 크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남성 68.4%, 여성 63.4%).
이어서 남성의 경우엔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다'가 34.1%, '취업 등 목표 달성에 방해된다'는 응답이 29.1%로 많았다.
반면 여성은 41.2%가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 34.1%가 '가부장적 연애가 싫다'를 선택해 남성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도 남성은 ▲경제적 부양 부담 57.0%, ▲결혼 비용 부담 50.5% 순이었으나 여성은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 추구 63.3% ▲가부장적 가족관계 때문 43.1% 등으로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
페미니즘과 이성 간 긴밀한 관계 형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남성의 72.0%는 여자친구가 페미니스트라면 헤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특히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 남성의 경우 응답률이 87.7%에 달했다.
페미니즘을 지지할수록 연애나 결혼 의향이 낮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연애 의향이 없다는 20대의 비율은 22.3%였지만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이 비율이 43.1%까지 올라갔다.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응답자는 17.6%만 연애 의향이 없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31.9%였으나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은 48.1%,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여성은 23.1%가 결혼 의향이 없었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의 59.0%는 자녀 의향이 없었고, 출산을 하겠다는 비율은 12.8%에 불과했다.
성평등을 위한 교육과 정책에는 남녀 모두 공감대가 높았다.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질문에 여성 96.1%, 남성 73.9%가 동의했다. 남성 대상 가사·돌봄 교육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동의율은 여성 96.3%, 남성 82.0%였다.
남성에게 출산·육아휴직 이용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질문에는 여성 96.8%, 남성 88.5%가 동의했으며 남성 징병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항에는 여성 84.7%, 남성 85.8%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반면 남성을 위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질문에는 여성 80.3%가 동의한 반면 남성 동의율은 41.4%에 그쳤다.
연구진은 "20대 여성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거부하며 가부장적 질서에 도전하고 있고 남성은 전통적 성 역할과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여전히 이를 강요하는 질서 속에 놓인 현실을 역차별·억울함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질서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탈 가부장 세대의 가부장 질서와 불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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