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합의 따라 3당 간사 협의체인 '소(小)소위' 재가동
한국·바른미래 "4+1 예산심사 인정 못해"…충돌 불씨 남아
민주 "원점부터 다시 심사하면 내일까지 처리 못해" 맞서
그러나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신청으로 국회가 올스톱된 사이 한국당을 뺀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논의된 수정안을 놓고 여야가 다시 충돌하면서 예산안 심사에 험로가 예상된다.
예결위 3당 간사인 민주당 전해철·한국당 이종배·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이날 오후 3당 간사 간 협의체인 소(小)소위원회 회의를 열어 그동안 멈춰있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다시 착수했다.
이는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오는 10일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를 위해 이날부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가 참여한 가운데 심사를 재개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3당 원내대표께서 정기국회 내 예산안과 민생법안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데 대해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주춤거리고 파행된 것도 있지만 주된 쟁점은 예결위와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상당 부분 나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간사 간 협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예산안 심사가 정상화되기는 했지만 여야는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채 4+1에서 논의해 온 예산안 수정안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해줄지 여부를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4+1 수정안 자체를 인정할 수 없으며 기존에 3당 간사들이 논의했던 부분부터 심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정회 뒤 기자들과 만나 "4+1 수정안은 우리들 안으로 올라올 수가 없다. 기존에 하던 것을 다시 복원해서 협의해나가도록 하겠다"며 "민주당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4+1에서 만들어지거나 논의된 수정안을 우리들은 인정하기 어렵다. 민주당 안에 (수정안을) 녹여내서 말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을 존중하는 것은 전혀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지상욱 의원도 "예산심사에 있어서 4+1이라는 용어는 없는 용어이고 금기시된 용어"라면서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도 분명히 4+1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4+1에서 논의된 내용은 설령 그것이 반영된다고 해도 민주당 안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반면 민주당은 오는 10일 본회의 처리를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4+1 에서 논의됐던 수정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1은 정부 원안보다 1조2000억원 가량을 순삭감한 512조3000억원대의 예산안 수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은 "원내대표 간 합의가 없었다면 오늘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4+1의) 수정안을 만들었고 그 내용이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서 4+1을 다 무시하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513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정부의 내년도 '초슈퍼 예산안'은 국회법에 따라 지난달 30일로 예결위 활동시한이 종료되면서 심사 권한이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에게 이관됐지만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예결위는 지난달 11일부터 28일까지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 뒤 지난달 29일 예산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해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결국 여야 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은 1일 0시를 기해 정부가 제출한 원안 그대로 본회의 안건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그러자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4+1 회의체를 통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고 한국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4+1 예산 심사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불법으로 예산심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전날 4+1 협의체의 예산안 심사를 '세금 도둑질'로 규정하며 기획재정부가 이에 협조할 경우 고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도 여야 교섭단체가 아닌 4+1 협의체에서 예산안을 논의하는 데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소소위 모두발언에서도 이같은 불만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원만히 진행되던 간사 협의체 운영이 아쉽게도 중단됐고 4+1이라는 정체불명의 협의체로 인해서 예산심사가 진행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 의원도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뻔 했던 인정받지 못하는 4+1 모임에서 예산이 심의된 수정안이 나오지 않게 돼 한숨 돌렸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4+1은 온당한 협의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예산에) 녹이는 것은 민주당 안이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자의) 안을 갖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 3당은 오는 10일 본회의에 상정시키기 위해 밤을 새워서라도 심사를 마친다는 방침이지만 4+1 수정안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4+1에서 논의된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도 갖고 있다. 4+1에서 기존에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주장한 예산도 최대한 반영해 수정안을 만들어 왔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3당 예결위 간사가 내년 예산안에 합의처리하는 게 불가능하겠다고 싶으면 4+1에서 작성한 수정안을 내일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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