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르 카티브는 이 날 총리 출마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 나라의 수니파 이슬람 지도부가 그에게 자기들은 지난 10월 29일 반정부 항의 시위의 포화속에서 사임한 사드 하리리 전 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는 게 이유다.
레바논의 분권 정치제도에 따르면 총리는 수니파 무슬림으로부터 나와야 하며,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도 중에서, 국회의장은 시아파 무슬림들 가운데에서 선출되어야 한다.
카티브의 사퇴 발표는 불과 몇 시간 전에 미셀 아운 대통령과 의회 주요 정당 지도자들간의 협의에 따라서 공식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흘러나온 뒤에 이뤄졌다. 그의 사임으로 아운대통령은 후보자 선임을 다시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하리리 전총리의 사퇴는 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을 질타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후 누가 새 정부의 수반으로 점점 심화되는 경제위기, 국가 유동성 부족 등 금융위기를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교착상태가 계속되어왔다.
하리리는 무너지는 국가 경제를 위한 야당과의 비상내각을 형성하는 일이 야당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져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카티브를 후보자로 지지한다고 했지만 시위대는 그가 유명한 기업인이며 현 정부의 하도급업자여서 정권과 너무 깊이 결탁되어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했다.
이에 카티브는 레바논의 지도자 셰이크 압둘 라티프 데리안과 하리리 전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에 8일 사퇴를 밝혔다. 그는 2주일 전에 자신의 이름이 후보자로 떠돌기 시작된 이후로 " 일부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행하는 불공정한 선거운동에 노출되어 왔다"면서 입후보에 대한 고려를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 날도 시위대는 국회 앞에서 예정대로 시위를 이어갔으며 정부가 이 경제적 난국 속에서 새 정부 수립과 총리후보 선정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시위대는 "우리는 독립적인 새 정부를 원한다"면서 하리리 전 총리와 가족들 역시 현정권의 주축으로 배제대상임을 밝혔다. 이들은 하리리의 복귀를 원치 않는다면서 "하리리가 국제적으로 인맥이 많다고 해서 그를 이 나라 구세주처럼 떠받들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날 보안군은 시위대가 하리리의 사무실에 근접하는 것을 철통같이 막았지만, 시위대는 폭우 속에서도 행진을 계속하면서 "하리리는 돌아올 수 없다 "는 구호를 외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