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복지론 빈곤 악순환…아동수당 등 보편복지 효과 이미 입증"

기사등록 2019/12/04 18:37:29

요아킴 팔메 스웨덴 교수 등 세계적 석학 '한목소리'

"보편적으로 현금 복지 하되 정책 조합해야 효과"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4일 오후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2019 사회보장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요아킴 팔메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야니크 반더보르트 생루이 브뤼셀대 교수, 티네 로스트고르 덴마크 사회정책연구원 교수, 요아킴 팔메 교수, 크리스티나 베런트 국제노동기구(ILO) 사회정책 총괄, 엔초 베버 독일 고용연구원 연구실장, 페르 에케펠트 박사(유럽위원회 공공재정 지속가능성 분과). 2019.12.04. limj@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재희 기자 = 사회보장 분야의 세계적 석학 요아킴 팔메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는 4일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는 선별 복지 주장에 "급여 수준이 빈약해져 제대로 된 정책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팔메 교수는 보편 복지를 통해 사회보장제도 빈틈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현금 지원 외에 다양한 정책을 함께 제공할 때 정책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는 '2019 사회보장 국제학술대회'를 하루 앞두고 이날 오후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복지 국가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등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요아킴 팔메 교수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는 스웨덴 복지위원회 의장을, 2002년부터 2011년까지는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미래연구원장을 지낸 사회보장 분야 권위자다. 현재는 웁살라대 정치학 교수와 스웨덴 이주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아동수당 도입 당시 불거졌던 보편·선별 복지 논쟁을 두고 선별적 사회보장 제도에 우려를 표했다.

팔메 교수는 "자산 조사 기반으로 급여 제공할 때 명백한 건 삼성그룹 이사 등의 자녀들은 그런 수당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고 극소수만 이런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라며 "대다수 납세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게 돼 급여 수준이 빈약해져 제대로 된 정책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층만을 겨냥한 복지 제도를 실시했을 때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급여 수준이 떨어져 결국 빈곤과 불평등도 낮추지 못할 거란 '재분배의 역설' 개념이다.

나아가 "자산 순으로 사회보장 제도를 하면 많은 가구들이 빈곤의 덫(trap)에 들어가게 된다"며 "집에 있던 여성이 일한다고 혜택을 끊는다면 결국 일을 하게 돼 보상이 아니라 벌을 받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선별적 복지 단점을 설명했다.

최근 들어 현금 지원 형태의 복지 제도를 두고 한국 사회 일부에서 '효과가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해 "현금성 복지가 효과가 없다는 데엔 반대한다"며 유럽 등에서의 아동수당 사례를 들었다. 아동수당을 통해 아동을 중심으로 빈곤가구가 감소했고 시민들도 세금에 대한 혜택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신 팔메 교수는 "현금성 복지 같은 것이 어떤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정책적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며 "현금성 복지는 고용 인센티브, 교육 분야 인적 투자 등 다른 정책적 조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다른 정책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금 지원과 함께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학자들도 보편 복지가 경제·정책적으로 더 효과가 있고 이때 정책적 조합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야니크 반더보르트 벨기에 생루이 브뤼셀대 교수도 "조건적인 급여 정책은 조건을 통제하고 강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조건을 부여하다 보면 실제 수급 권리가 있는 정책 대상이 조건에 걸리지 않게 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엔초 베버 독일 고용연구원 거시경제 전망·분석 연구실장은 "현금 급여를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게 좋은듯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 사용되지 않는 예가 많다"며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직접적인 공공서비스가 바우처 등보다는 정책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상당수 국가가 당면한 저출산과 고령화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페르 에케펠트 유럽위원회 공공재정 지속가능성 분과 박사는 "유럽연합(EU)에서도 노인 인구가 늘어나 사회적 지출이 늘어날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원이 줄어드는 '더블 스퀴즈'가 심각한 문제"라며 "사회지출 프로그램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에케펠트 박사는 "비용을 줄인다기보다 지출에서 효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야 한다"며 "EU는 이런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각국 정책을 비교해 어떤 투입(input)을 했더니 어떤 결과(outcome)이 나왔는지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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