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관련법 재정비 필요"…광화문광장 3차 토론회 개최

기사등록 2019/11/27 19:41:59

효자동 주민 "주간 소음기준 55dB로 변경 필요"

이희훈 교수 "문화재 보호 위해 규정 신설 필요"

광화문 인근 주민 고통…"기본법이 집시법 앞서"

[서울=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3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2019.11.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하종민 기자 = 27일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펼쳐진 세번 째 토론회에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야시간 집회 및 시위, 문화재 보호 등의 부분에서 미비한 부분이 있는 만큼 집시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3차 토론회에는 시민단체 및 발표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 및 지역주민 발제 ▲광장 민주주의와 서로 배려하는 집회·시위 문화 토론 ▲질의응답 및 시민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효자동에서만 50년 이상 살고 있는 조기태 세종마을가꾸기회 대표는 "집회의 자유가 헌법의 근간인 민주주의 실혈의 가치와 수단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지만 주택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주민들이 수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태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 야간소음의 노출 강도에 따른 건강영향 보고서(2011)에 따르면 30~40dB에서는 수면중 각성, 수면장해의 증가가 관찰된다"며 "55dB이 넘으면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될 정도로 유해한 건강영향이 빈번히 관찰된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채택한 환경소음 지침 또한 하루평균 소음 기준을 55dB로 규제하는 행동지침이 수립돼 있다"며 "주거지역, 학교 등 외 주간 소음기준 65dB을 국제기준인 55dB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야간 집회가 가능하게 됐음으로 일몰 후 소음기준치는 50dB 이하로 낮춰야 한다"며 "주요기관 경계지점 100m 이내의 집회금지 규정에 주택가 100m이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문화재보호법의 규정 신설을 통해 집회로부터 문화재 및 주변지역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훈 교수는 "지난 2008년에 집회 과정에서 경복궁의 서측 담장 일부와 기와장이 파손된 적이 있고 덕수궁 대한문 앞 집회 때는 덕수궁의 담장 지붕 서까래 일부가 훼손된 사례가 있었다"며 "우리나라 문화재는 목조로 된 경우가 많아 화재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한번 손상되면 원상회복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규정을 신설해 집회로 인해 해당 문화재적 기념물에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문화재청장 등 관리자의 요청에 따라 관할 구역의 경찰관서장이 집회에 대해 제한통고나 금지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런 신설 규정에 의해 헌법상 집회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좀 더 명확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3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2019.11.27. photo@newsis.com
토론회에 참석한 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법률 등을 강화하거나 개정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소음문제를 법률적으로 제한하자고 하지만, 이것이 나중에 어떤 부작용으로 돌아올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일률적인 법으로 금지하게 하는 것은 규제가 돼서 돌아올 수 있다"며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 개정을 통해 관련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범 미디어 평론가는 "광화문광장과 경복궁의 역사적 의미를 정치권에서 이용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광화문광장은 '공화국이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광장은 공화국의 시민권력으로 점유하고 전유해야 한다"며 "어디서 무엇을 놓쳤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주 효자동 주민은 "표현의 자유도 있지만 최근의 집회와 시위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라며 "나의 권리 이전에 의무와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런 것은 자유가 아니다"며 "그런 것을 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이어진 시민토론회에서는 청와대 및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효자동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자유는 정말 좋지만 그것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들의 근무태만도 문제"라며 "집회의 자유를 넓게 보장해 준 만큼 경찰들의 책임도 더욱 늘어났지만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팔판동에 사는 다른 주민은 "집에 혼자 있는 딸이 시위때문에 너무 울어서 집을 증축하고 새로운 창을 만들어서 소음을 막았다"며 "덕분에 서울 도시재생과에 1년에 1000만원의 벌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내 목숨값이라고 생각하고 내겠다"며 "집시법이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저를 포함한 정치가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받아들였던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며 "단순히 광장 재구조화의 문제가 이날 정치가 깊숙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3의길'은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에 기초해 있다"며 "광화문 인근 주민들의 여러 고통을 객관적인 리포트로 작성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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