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 메인앵커 '뉴스9' 발탁
이소정 기자가 KBS 최초 여성 메인앵커로 발탁된 소감을 밝혔다.
이 앵커는 2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뉴스9' 간담회에서 "전혀 예상을 못했고, 축하 받을 일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첫 방송 때보다 떨린다"면서 "KBS가 과감한 선택을 해 스스로도 놀랐는데, 그만큼 절실하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게 아닐까 싶다. 앵커 하나 바뀐다고 뉴스가 다 바뀌지는 않지만 이런 과감한 선택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 그만큼 우리가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7년 차지만 감히 말 한 번 섞기 힘들었던 후배들에게 기대 이상의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 '우리 한 번 해보자'라는 자신감을 얻고, 에너지도 끌어당기고 있다. 내가 스타 앵커도 아니고 KBS 뉴스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대화할 수 있는 앵커가 되고 싶다. 시청자들이 요구하면 받아서 후배들에게 '이런 취재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
이 앵커는 "내가 좋아하는 선배들이 MBN 등에서 단독 앵커로 활약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키우기 보다 외부에서 화제가 된 선배들을 데려온 것 아니냐. 뉴스는 내부적인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취재해온 나를 발탁했는데, 보도국 전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라며 "가수 구하라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단발적인 리포트로 끝내기 보다 하나하나 의미를 짚어가면서 깊이있게 다뤘다.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친절하게 뉴스를 하고 싶어서 딱딱한 멘트는 다 바꿨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대화하듯 말하다 보니 첫 방송 때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일곱살 아들이 '엄마 똑똑해보였어!'라고 해줘서 고마웠다"면서도 "너무 많이 웃는 점을 지적받았다. 어색하거나 화가 나도 웃으면서 말한다.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뉴스일 때 입꼬리가 올라가 주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앵커는 "나도 조직원이지만 가슴 아프고 실망할 때가 많았다. KBS에 유독 시청자들이 쓴소리를 하는 건 기대하는 게 많기 때문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공영방송인 KBS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KBS 기자들의 출입처 폐지는 국장의 지시인데, 전면적인 폐지는 힘들 것 같고 내부적인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출입처에서 주는 기본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한 뉴스를 보도하기 보다, '다른 시각의 기사를 써보자'는 취지다. 'KBS가 말했으니까 맞는거야'라는 반응을 듣고 싶다"고 바랐다.
"김종명 보두본부장이 혁신해 새로운 뉴스를 하겠다고 하는데 자신있지는 않다"며 "이미 해볼 건 다 해봤고 정답도 없지만, 위기와 고민 속에서 다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금 있으면 결과물이 나온다. 구성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내인 KBS 아나운서 출신 박지윤이 응원을 많이 해준다며 "앵커가 된 후 밥을 잘 해준다. 본인이 밤에 집 밖에 못 나가서 섭섭해하지만, 화도 내지 않고 아이들을 잘 봐준다"면서 고마워했다. "어깨가 참 무겁다. 많은 분들이 기대해 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도 "이 앵커가 굉장히 와일드한 성격인데, 내가 부드럽게 감싸겠다"고 귀띔했다.
이날 양승동 사장은 앵커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응원했다. "KBS가 근래 크고 작은 실수를 해 시청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며 "안타까운 시간이 있었지만, 이번주부터 뉴스 앵커가 바뀌면서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신호가 됐다. 최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예능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좋은 쪽으로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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