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가산산성 그려진 '수안전모첩' 발굴

기사등록 2019/11/22 20:56:56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가산산성을 그린 '가산성전도'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은 최근 '영남 선비들의 여행'이란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수안전모첩'이란 귀중한 시화첩을 찾아냈다고 22일 밝혔다.

가로 19.5㎝, 세로 28.5㎝로 표지를 포함해 14면이다.

시 작품 37편이 실려 있다. 그림은 '선사도' '천석재도' '동화도' '파계도' '가산성전도' 등 5점이다.

이 책자는 조선말기 달성 하빈에 살던 선비 화가 박승동(朴昇東 1847~1922)이 1879년 4월 친지들과 9박10일 간 팔공산 여행을 하면서 남긴 기행일기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시와 그림, 글씨가 한데 어우러져 영남지역 선비들의 풍류 양상과 예술정신의 일면을 보여준다.

특히 그림 5점은 140년 전 동화사, 파계사, 가산산성 등의 모습에 대한 기록화적 성격을 지닌다.

37편의 시 작품에는 선비와 승려, 다동(茶童)이 참석해 기약과 석별을 표현하는 등 기행시로서의 독특한 문학적 양상이 돋보인다.

박승동은 음력 4월3일부터 12일까지 열흘 동안 친지, 벗과 함께 달성 및 팔공산 동화사, 파계사, 가산산성 등을 여행했다.

자신이 살던 묘골(대구 달성 하빈)에서 사촌 동생인 박성동과 함께 출발해 도중에 지인을 방문하고 벗들과 만나면서 동행인이 늘어났다.

동화사의 말사인 내원암에서 여행 기념으로 제명록(題名錄)을 작성할 때는 무려 11인이 참석했다.

시화첩의 주인 박승동은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처형된 사육신 박팽년의 후손이다.

그는 젊어서부터 시문에 능했을 뿐 아니라 영남 출신의 선비로서는 드물게 그림에 뛰어난 소질이 있었다.

그의 집에는 전래하는 옛날 그림이 많았다.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동화사를 그린 '동화도'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19.11.22 photo@newsis.com
조선중기 화원 출신의 함윤덕, 윤인걸 등의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조인 박팽년이 그린 6폭의 산수 그림도 소장하고 있었다.

그는 산수를 그릴 때 운필에 힘이 넘쳐야 오묘한 경지에 들어갈 수 있으며 조화에 부합돼 도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저술로는 '미강문집' 외에도 관혼상제에 관한 제도와 절차를 모아 '사례속집'이란 예서(禮書)를 남겼다.

동화사와 파계사를 중심 배경으로 그린 '동화도'와 '파계도'의 경우 구름이 피어오르는 듯한 층층의 기암절벽이 매우 인상적이다.

화면의 구성법이 공간의 여백이 많으며 필묵의 사용 방식이 빠르고 힘찬 필선을 구사했다.

그림의 하단에 배치된 나무다리와 그 위의 유람객이 담소를 나누며 무언가를 가리키는 모습은 수묵 산수화에서 자주 이용되는 기법이다.

전체적으로 산수 애호에 바탕한 작가의 풍류 정신이 화면에 그대로 표출돼 풍부한 정취와 여유로운 분위기가 묻어난다.

가산산성의 전경을 그린 '가산성전도'는 기록화로서의 사료적 가치가 높다.

원형 구도 속에 담아낸 그림에는 조선 인조, 숙종, 영조 시기에 각각 축성된 내성과 외성, 중성에 대한 묘사가 진경 산수화풍을 연상시킨다.

산성의 주요 요소들을 기준으로 형태와 질감 표현에서 당대에 유행하던 회화식 지도의 양식을 반영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이러한 점은 이 그림이 회화사적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140년 전 가산산성의 규모를 복원할 수 있는 사실적 자료로서의 활용가치도 높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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