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北미사일 대응서 美인태 전략 수단으로 변모
美中 사이 낀 韓…지소미아 유예로 美中 반발 일단 피해
美 압박, 한미동맹 이상설 등 피했지만 임시미봉책 불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오후 6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2019년 8월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며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대 품목의 수출 규제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정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2017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에 대응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해왔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을 무역 투자와 해양 안보벨트로 묶어 새로운 협력을 추진하자는 외교전략이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쿼드 블록'(Quad Bloc)이라는 4각 동맹 형태로 엮어서, 이들 4개국을 거점으로 광범위한 지역의 경제·안보 패권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 봉쇄를 위해 새 외교전략을 찾던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을 확대 발전시켜 왔으며, 한국도 전면적으로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양축을 연계하려고 하면서 모양새가 점차 달라졌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포함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한편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으로 한일을 묶기 위해 지소미아의 개념을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보 유지의 핵심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마크 에스퍼 장관 역시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의 만기나 한일 관계의 계속된 갈등, 경색으로부터 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며 "공통의 위협이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할 수 있도록 다시 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특히 미국과 거대한 전선(戰線)을 이루고 부딪히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미일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부분이 아무래도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는 방향으로 스탠스를 두고 있지만,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미국 측 압력과 한미동맹 이상설 등 그동안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야기됐던 논란을 잠시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완전한 해결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해 향후 일본의 반응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지소미아 결정에 미국이 영향을 미쳤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보다는 일본이 호응해왔기 때문에 조건하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거라고 보면 정확하다"며 미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해 축소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미국도 최근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 계기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을 할 때 중립적인 입장에서 한국, 일본에 모두 전향적 자세를 요구한 게 있다"며 "그런 측면에 기여했다"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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