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밀실 추진 논란으로 막판에 체결 불발
朴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 졸속 체결
2016년 11월부터 올해까지 30여 건 정보 교환
종료 6시간 남기고 靑 종료 통보 효력정지 발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6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2019년 8월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며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대 품목의 수출 규제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정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소미아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지소미아 협정 체결을 추진했으나 한일 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붙이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10월 일본 외무상의 지소미아 체결 제안으로 다시 물밑에서부터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은 지소미아뿐 아니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악사)까지 제안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탄약과 연료, 무기부품 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지소미아보다 더 직접적인 군사협력 성격을 띤다.
정부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군수지원협정 체결에 대해서는 보류했다.
지소미아도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협정인 만큼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반발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체결을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2012년 6월 국무회의에서 지소미아 체결안을 비밀리에 상정해 통과시켰으나, 밀실 추진 논란이 거세지면서 서명 직전에 체결을 연기하게 된다.
이후 지소미아는 계속해서 논란이 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12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을 체결하게 된다.
티사는 우리 국방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비밀정보에 대해 미 국방부에 전달하고 추후에 우리 국방부의 승인을 거쳐 일본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본 방위성 역시 미 국방부에 전달해 일본 정부 승인에 따라 한국에 정보를 전달하도록 돼 있다. 이를 한일이 미국의 개입 없이 정보를 주고받도록 한 것이 지소미아다.
당시 일본과 군사협정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일 간 안보협력을 위해 정부는 약정에 '미국'이라는 용어를 포함하고 '군사'라는 용어를 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2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4차·5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안보 위협이 증대됐다는 이유로 다시 2016년에 지소미아 체결을 추진했다.
정부는 2016년 10월27일 NSC에서 협정 체결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고, 27일 만인 11월23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지소미아에 최종 서명하기에 이른다.
당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빗발치던 시기로 '졸속 체결' 논란이 일었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를 덮기 위해 한일 간 민감한 사안인 지소미아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 뒤 한일 정부는 2017년과 2018년 지소미아를 연장했다. 기류는 지난 8월부터 바꼈다.
일본이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의 보복 일환으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당시 일본이 내세운 명분은 우리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22일 지소미아를 종료한다고 통보하며 맞불을 놨다. 일본 정부는 이후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안보상 우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한 일본이 먼저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일 외교 당국간 물밑접촉이 이어졌지만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양국 현안을 조기해결하자는 취지의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지난 4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즉석 환담을 나누기도 하면서 극적 반전 기류가 관측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양측 입장은 팽팽하게 유지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첫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가졌지만 평행선을 그은 채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일본이 수출 통제를 하면서 그 이유로 한국을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며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정보는 공유하자고 한다면 모순되는 태도이지 않겠느냐. 거기에 대해서 우리로서는 당연히 취해야 할 도리를 취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종료가 다가오면서 미국 측 압박도 거세졌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의 만기나 한일 관계의 계속된 갈등, 경색으로부터 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압박하며, 한일 관계 정상화를 촉구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마크 내퍼 한일 담당 부차관보 등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되는 이날까지 G20(주요20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을 만나 지소미아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정부가 이날 조건부로 지소미아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한일 간 정보교류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이 정지됨에 따라서 현재와 같이 지소미아 통한 양국 간 정보 교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년 단위로 연장하는 지소미아는 상대국으로부터 군사비밀을 제공받았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비밀분류와 등급을 표시하고, 상대국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제3자에게 누설, 공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정보를 제공한 국가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며, 군사비밀정보가 제공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등 군사비밀의 교환과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절차와 원칙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소미아 체결 이후 일본과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2019년 8월까지 8건 등 총 30건의 2급 군사정보를 교환했다.
국방부는 일본과의 합의를 이유로 올해 8월 이후 정보공유 내용에 대해 밝히지 않지만 지난 9월과 10월 초대형 방사포,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당시를 포함하면 지난 3년 간 최소 32건 이상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부터 이날까지 30여 건의 지소미아를 통한 정보 공유는 대부분 일본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10월2일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정도만 우리 측이 일본 측에 요청했다.
북극성-3형 발사 당시 일본은 1발 발사된 북극성-3형에 대해 2발이 발사됐다고 발표해 초기 분석에 실패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금번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 정지 결정이 한반도 및 역내 정세 안정과 안보협력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측이 경제 제재 해제 등 관계 정상화에 호응해 빠른 시일 내에 지소미아를 완전히 정상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989년
-노태우 정부, 일본에 지소미아 체결 제안
▲2011년 1월1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지소미아 체결 실무 논의
▲2012년 6월26일
-이명박 정부,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지소미아 상정해 처리
▲2012년 6월29일
-이명박 대통령, 도쿄에서 지소미아 협정 서명식 1시간 전 전격 취소 결정
▲2016년 9월7월
-라오스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거론
▲2016년10월27일
-박근혜 정부, 지소미아 재추진 발표
▲2016년11월1일
-한일, 일본 도쿄에서 첫 실무협의
▲2016년11월22일
-협정안 한국 국무회의 통과, 박근혜 대통령 재가
▲2016년11월 23일
-한일, 지소미아 체결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일본 신칠철주금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명령
▲2018년 11월29일
-대법원, 일본 미쓰시비중공업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명령
▲2019년 7월1일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 3개 품목 수출규제 발표
▲2019년 8월7일
-일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 시행령 공포
▲2019년 8월12일
-정부,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 제외
▲2019년 8월22일
-청와대, 지소미아 종료 결정
▲2019년 11월17일
-정경두,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와 한일 국방장관회담 개최
▲2019년 11월22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지소미아 논의
▲2019년 11월22일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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