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후세대 대표 작가...리안갤러리서 개인전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화가 김택상은 그리지 않는다. 빛과 색을 ‘담는다'. 마치 스며든 듯 아스라한 색이 영혼의 평화를 전한다.
'숨 쉬는 빛’을 구현하는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김택상은 단색화 후세대 대표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고유 전통의 미를 발산하는 대표 작품 'Breathing Light' 연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에서 착안됐다.
"1990년대초 영국 런던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우연히 발견한 화산 분화구의 ‘물 빛’을 인상 깊게 본 후 시작된 것이다"
이때부터 작가는 물을 머금은 빛의 색을 '내 것으로 만들기'로 작정한다. 습득했던 회화의 방식을 깨야했다.겹겹이 칠해나가는 그림을 접고 이전에 없던 '회화 실험'이 시작됐다.
"완만하게 오목한 판을 틀에 받쳐 고정시킨 후 극소량의 아크릴을 희석한 물을 부어 그 위에 수성 캔버스가 잠기도록 한다."
그러면 용해된 미세한 물감 알갱이가 그윽하고 부드러운 색조로 물에 잠긴 캔버스에 깊숙이 침전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수차례 반복하는 시간과의 싸움. 물에 빠진 물감과 물에 잠긴 캔버스는 결국 은밀하고 위대하게 '숨 쉬는 빛의 회화'를 완성해낸다.
담금질의 반복. 작가의 이러한 기법은 1970년대 한국 단색화의 반복적 행위의 수행(修行)적 태도와 정신을 계승한다.(색면추상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나 바넷 뉴먼(BarnettNewman) 등의 모더니즘 회화를 떠올리게 하고, 언뜻 보기에 회화의 형식적 측면에서 이들 작가의 회화와 유사해 보이지만, 물질과 정신을 통합하고 초월하고 있다는 면에서 서구 미니멀 추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물에 적시고 건조하는 과정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때로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공기반 소리반' 처럼 매일 매일의 환경이 만들어낸다. 계절 기상조건, 일조량, 물과 공기, 햇빛과 중력의 상호작용과 반응하는 시간. "모든 것을 감내하고 교감하며 자연현상이 응답하는 우연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치유의 명상적 행위와 같다고 했다. 종교적 차원의 명상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작업의 과정 속에 오롯이 빠져 들어 자연의 결과물을 인내하며 받아들이는 자세다.
문화평론가 홍가이 박사는 김택상의 작업을 ‘담화(淡畵)’라고 규정했다. "비가 내린 후 흙탕물이 된 혼탁한 물이 시간이 흘러 부유물이 가라앉고 맑아진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수많은 정념들로 오염된 우리의 영혼이 치유되듯이 평정심을 회복한 맑은 상태로 되돌아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숨쉬는 빛'처럼 마술같은 그림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에서 김택상 개인전이 21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열린다. 'Between color and light'(색과 빛 사이에서) 타이틀처럼 '색과 빛 사이'를 초월하는 미감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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