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복지 확대를 둘러싼 갈등으로 공무원노조와 정면충돌한 시의회의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황이어서 특단의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유연한 예산안 심사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천시는 올해 본예산 7582억원보다 623억원 늘어난 8205억원 규모의 내년 본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일반회계 7345억원 특별회계 860억원으로, 시의회는 22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열릴 제283회 정례회에서 이 예산안을 심사, 의결한다.
시는 지역경제, 복지, 문화·관광, 생활SOC, 농업 등 분야로 나눠 새해 살림 계획을 짰다. "한정된 재정여건에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주요 사업은 제천 화폐 운영 28억4000만원, 전통시장 현대화 43억4000만원, 사회적경제조직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 건립 10억2000만원, 노인종합복지관 리모델링 23억원, 장애인 단기보호센터 건립 9억원 등이다.
도심권 관광숙박시설 건립 34억8000만원, 에코브릿지 조성 40억원, 지방정원 조성 4억원, 시민문화타워 건립 17억원, 사회인 야구장 조성 44억3000만원, 의림지뜰 친환경농업단지 조성 10억원도 편성했다.
그러나 시의회가 공무원 장제비 지급과 안식 휴가일 확대를 골자로 한 시의 조례 개정안 승인을 거부하면서 촉발한 노조와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노조는 시청사 안팎에 규탄 현수막을 내건 채 시의회 청사 앞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시의회가 시와 노조의 단체협약을 무력화했다"며 지역 노동단체와 연대한 총력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전날 제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연 시의회와 노조는 시의원 월정수당 인상률과 공무원 봉급 인상률을 각각 문제 삼으면서 서로를 맹렬히 비난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의회는 "예산안 등 의안 심사를 더 꼼꼼히 할 것"이라면서 대놓고 시 집행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도 예정돼 있다.
한 시의원은 "예산안 심사와 노조와의 갈등을 연결하면 안 되겠지만, (의회에)사전 설명 없이 진행된 시 집행부와 노조의 단체협약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종전보다는 깐깐히 보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시는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따라 지난달과 이달 초 공무원 애사에 50만원의 장제비를 지급하고, 30년 이상 근속자의 안식 휴가일을 20일에서 30일로 늘리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잇따라 제출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장제비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사망조위금과 중복된다"는 행정안전부의 견해와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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