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경제 불황에 내년 성수기도 걱정…비용절감 진행 중"

기사등록 2019/11/20 12:00:50

조원태 회장, 19일(현지시간) 美서 기자간담회

"비용절감 구체적으로 보고 있어…조만간 발표"

"아버님 뜻 따라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합의"

"한진, 젊어질 계기 필요…복장 자율화 등 변화"

"국토부 검토, 승인 시 보잉사 '맥스' 바로 도입"

[서울=뉴시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1.20.(사진=대한항공 제공)


[서울=뉴시스]고은결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현재의 경영환경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 한일관계 개선이 쉽게 안될 듯하고, 국내 환경도 어수선해 내년 성수기도 걱정"이라며 "비용절감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조 회장은 항공업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하며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비용절감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들여다보니 할 것이 많고 가능성도 있어서 그것부터 좀 해놓고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항공 업황이 나빠진 이유는 국내 경제 규모에 비해 항공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봤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에 항공사가 9개라는 것이 말이 안된다. 미국이 9개다"라며 "좁은 시장에서 9개가 싸우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내려가 좋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안 좋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힘들어진 게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시장 질서가 흐려져 그런 면이 있다고 본다"며 "대한항공은 장거리노선이 많아서 버텼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이익이 안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구체적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비용구조 개선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조 회장은 또한 "조만간 (긴축 경영에 대한 내용을)발표할 것"이라며 "지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2019.05.08.(사진=한진그룹 제공)
◇"삼남매, 맡은 분야 충실하기로 합의…일단 외부 방어부터 극복"

조 회장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의 별세 이후 관심을 모은 오너 3세 간 분할경영에 대해서는 "아버님 뜻에 따라서 맡은 분야를 충실하기로 셋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양호 전 회장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결혼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원태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슬하에 1남2녀를 뒀다.

조 회장은 "때가 되면 준비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은 경제가 어렵고 그룹의 주축인 대한항공도 어려우니 외부 방어 좀 하고, 극복할 방법 찾고 경영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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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향후 삼남매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과 그룹 총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을 나눠 이끌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단일최대주주가 되면서 제기된 지분 경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분은 사실 작년과 똑같아서 우호지분 확보가 중요한데, 경험에 의해 좀더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항공의 지분 투자와 관련해서는 "델타항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며 한진 측과 의논하거나 한 적은 없다"며 "경영권 참여라기보다는 재무적으로 어려운 항공사에 자금지원도 해주고 전략적인 시장 보호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GS홈쇼핑이 한진 주식을 취득한 배경에 대해서는 "GS홈쇼핑 쪽에서 한진택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파트너처럼 물류 시스템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한 것 일뿐"이라고 말했다.


◇"주력인 항공업에만 집중…한 분야에서 최고될 것"

선친의 갑작스런 작고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주력인 '항공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할아버님께서 처음 그룹을 창업하실 때부터 지키신 소명이' 운송물류업 하나에만 최고가 되자'였다"며 "주력인 항공에만 집중하고, 한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1975년생인 조 회장은 40대 젊은 총수인 만큼, 한진그룹의 보수적인 분위기도 바꿔나간다는 구상이다.

조 회장은 "그룹 전체로 보면 각사 대표들이 계셔서 의견을 조율하고 함께 끌어나갈 계획"이라면서도 "한진그룹이 좀 보수적, 즉 '올드 패션' 분위기라서 조금 더 젊어질 계기가 필요해 직원들과의 소통 등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임원회의에 종이도 펜도 없이 하자고 말하고 하고 있을 정도로 자유롭게 얘기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다"며 "고위 임원 10명 정도가 '프리토킹'을 하다보면 얘기들이 나와 발빠르게 움직여지고 금방 반영이 되서 좋은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러한 '프리토킹'을 통해 대한항공의 복장 자율화, 직원 점심시간 탄력 운영 등의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최근 보잉 기종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견된 가운데 보잉737NG 동체 균열과 관련해 항공기 수리가 진행되고 있다. 동체와 날개를 연결하는 구조물 피클포크(Pickle Fork)는 항공기 날개 이음새를 기체 안쪽에서 고정해 동시에 받쳐주는 일종의 철제 지지대다. 2019.11.11. bjko@newsis.com


◇"국토부 승인 시 맥스 바로 들여올 것…보잉이란 회사 믿어"

이날 조원태 회장은 항공업계의 화두인기재 안전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에 대한 생각도 풀어놓았다.

조 회장은 '보잉기 안전 이슈'에 대해서는 "보잉의 실수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을 믿는다"며 "국토교통부가 승인하면 시애틀에 있는 맥스 5대를 바로 들여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보잉사의 737 맥스 8 항공기는 추락 사고가 불거지며 국내에서는 기재 도입과 운항이 중단된 상황이다. 조 회장은 "국토부가 충분히 검토하고 승인을 하면 바로 들여오겠다는 뜻"이라며 "그때 상황을 봐서 결정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보잉이란 회사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체 균열'이 발견된 보잉의 737NG 기종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정비 완료한 1호기는 진에어고, 2호기는 대한항공"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경쟁 구도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에도)기존의 경쟁구도는 유지될 것 같다. 다만 더 경쟁이 심해지긴 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는 좋아질 것 같고, 우리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올해 '밴 플리트' 상 수상자로 고 조양호 전 회장과 미 보잉사를 선정했다. 벤 플리트상은 한미관계에 기여한 인물 및 단체에 주어지는 상이다. 대리 수상한 조 회장은 "아버지가 받으셔야 되는데 대신 받아 안타깝다"며 "굉장히 영광스러운 상이고 감회가 뜻깊은 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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