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최고재판소 판결로 이스라엘 크게 반발
유럽은 라벨링뿐 아니라 'BDS' 운동까지 벌여
12일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이스라엘 국가에 점령된 땅에서 생산된 식품이 EU에 수입돼 팔릴 경우 반드시 생산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나온 농산물은 두리뭉실하게 '메이드 인 이스라엘'로 표기해서는 안 되고 점령지 정착촌 산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서 소비자들이 "사실에 바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요르단 서안지구 및 동예루살렘 점령지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을 국제법 위반으로 비판해왔다.
특히 유럽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오슬로 협정의 '2국가 해결안'을 노골적으로 무시해 2013년 이후 팔레스타인과의 중동 평화협상이 완전 중단되자 정착촌의 위법을 한층 강하게 제기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 230만 명이 살고 있는 서안지구 내에 50만 명에 가까운 유대인이 정착하도록 허용했으며 동예루살렘에도 20만 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이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민 70만 명은 이스라엘 본토의 유대인 인구 10%에 해당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점령지인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및 가자지구를 아우르는 독립국가 건설을 꿈꾸고 있으며 이는 1994년 오슬로 평화협정에서 공인되었다.
EU는 이스라엘 정부의 정착촌 확대를 꾸준히 비판해왔으며 이스라엘이 아랑곳하지 않자 여러 회원국이 정착촌 농산물의 라벨링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이 라벨링이 공평하지 않는 차별 조치라고 반발했다.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 중 이 같은 라벨링 제재를 당한 나라는 이스라엘이 처음이란 것이다.
동예루살렘 정착촌의 포도주 농장이 프랑스 정부의 라벨링에 반발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해서 이번 판결이 나왔다.
미국은 유대인 정착촌에 비판적인 트럼프 이전 정부 때부터 정착촌 산에도 그냥 '메이드 인 이스라엘' 라벨로 만족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럽은 정부 차원에서 정착촌 농산물 라벨링이 대세가 된 데 이어 문화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관련 행사나 저작물 보이콧, 관련 기업 투자 철회 및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제재 촉구를 한 묶음으로 한 Boycott, Divestment, Sanction의 BDS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영국에서는 야당 노동당이 특히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반이스라엘 기조가 강한데 이것이 유대인 배척 차별의 반유대주의(antisemitism)로 인식돼 유권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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