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영화 '좀비랜드: 더블 탭'은 '좀비랜드' 시리즈만의 시그니처인 '유쾌한 좀비물'을 어김없이 자랑한다. 여전한 B급 감성을 유지한 채, 배우들의 신랄한 구강 액션과 통쾌한 좀비 사냥으로 관객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팝콘 영화로 제 격인 영화다. 1시간30여분 동안 신나게 웃고 스트레스를 해소한 후, 일상으로 돌아가기에 딱 좋은 영화다.
그렇다고 영화에 단순한 볼거리만 있는 건 아니다. 1편부터 이어지는 새로운 가족형태와 이들의 가족애는 특히 눈여겨 볼 만하다. 주인공인 '콜럼버스', '탤러해시'는 자매인 '위치타', '리틀록'과 달리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남이다. '콜럼버스'와 '탤러해시'도 우연히 만나 가족이 된 생판 남이다.
하지만 변화된 사회 속에서 '탤러해시'는 기꺼이 '리틀록'의 아버지가 돼 준다. '콜럼버스'와 '리틀록'는 오누이가 되고, '콜럼버스'와 '위치타'는 연인관계로 결합한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만나 서로에게 끈끈한 가족애와 안락함을 느낀다.
영화는 변화된 사회상 속에서 1인가구가 늘어나고 인간 소외가 심화되는 현재에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상을 제시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10년이 흐르는 시간동안 좀비들 또한 진화했다. 멤버들에 의해 'T-800'이라 불리는 강력한 좀비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 '더블 탭'(확인 사살)은 이 강력한 좀비를 죽이기 위해 '콜럼버스'의 두 번째 규칙인 '더블 탭'이 무엇보다 중요한 규칙이 됐음을 알린다. 실상 이 강력해진 'T-800'은 '더블 탭'만으로도 부족하다. 이들 좀비들을 완벽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트리플'(3번 확인) '콰드루플'(4번 확인)을 해야할 만큼 강력해졌다.
하지만 제목 '더블 탭'의 의미가 온전히 영화 속에서 표현된 지는 의문이다. 통쾌함을 주는 마지막 한 방에 수많은 좀비를 죽이는 작전 전까지 멤버들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총이나 각종 무기를 사용해 좀비를 죽인다. 멤버들이 더 강력해진 좀비에 맞서 더 강력해진 무기나 진화된 어떤 방식을 선보이지 않는다는 데 극적 아쉬움이 남는다. 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면 통쾌함 또한 배가 됐을 것.
10년 전 배우진이 그대로 돌아왔다. 영화 '라라랜드'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엠마 스톤은 두둑한 배짱의 사기꾼 명사수 '위치타'를 그대로 맡았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제8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후보로 오른 제시 아이젠버그는 생존 규칙의 창시자 '콜럼버스'를 분한다. 연기파 배우 우디 해럴슨은 핑크 캐딜락을 아끼는 터프가이 '탤러해시'를 열연한다. 아비가일 브레스린은 꼬마 '리틀록'에서 훌쩍 커버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주조연급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있다. 1편에서 추가된 주요 인물로 '메디슨'을 꼽을 수 있다. 쇼핑몰 아이스크림 가게 냉장고에서 사는 '메디슨'은 손톱과 호신용 스프레이만으로 홀로 10년을 버틴 인물이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긍정의 힘을 잃지 않고 좀비를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낙천주의자다. 설정부터 코믹한 그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시종일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메디슨'을 능청스럽게 연기해낸 조이 도이치는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다.
2009년에 개봉한 원작 '좀비랜드'는 개봉 당시 제작비 대비 4배 이상 수익을 달성했다. 미국 영화 평점 매체 로튼 토마토에서 90%를 받고, 유수 영화제 28개에 후보로 올랐다. 북미에서 지난달 9일 개봉한 '좀비랜드: 더블탭'은 전 세계에서 9130만 달러(약 1056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제작비 4200만 달러(약 486억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아직 개봉을 앞둔 한국 등의 국가에서 개봉이 이어지면 수익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편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전편을 반드시 관람할 필요는 없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을 '콜럼버스'가 내레이션을 통해 알려준다. 극중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전편에서의 에피소드가 짧게 등장하지만 영화를 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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