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베카'와 다른점요? 신영숙·카이의 뮤지컬 '레베카'

기사등록 2019/11/06 13:58:51 최종수정 2019/11/07 18:44:21
뮤지컬 '레베카' GV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초연 때는 영화 '레베카'를 TV에 항상 틀어놓았어요. 맨날 공연장 가기 전에 찬물로 샤워를 하면서 보고 갔죠. 그런데 볼 때마다 다르더라고요."(신영숙)

지난 5일 밤 CGV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에는 뮤지컬배우 신영숙·카이의 이야기가 집중됐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1899~1980)의 영화 '레베카'(1940)를 본 관객 100여명이 이들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이었다.

신경숙과 카이는 16일부터 2020년 3월15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레베카'에서 각각 '댄버스 부인'과 '막심 드 윈터' 역에 캐스팅됐다.

'레베카'는 아내 레베카의 의문의 사고사 이후 그녀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과 그런 막심을 사랑해 새 아내가 된 윈터 부인인 '나'(I), '나'를 쫓아내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등이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린다.

뮤지컬은 영화처럼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1907~1989)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1938)을 기반으로 삼았다. 그런데 뮤지컬은 댄버스 부인의 비중을 늘이는 등 영화에서 상당한 모티브를 따왔다. 이날 GV 사회를 본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도 "뮤지컬은 영화의 줄거리를 많이 따라간다"고 짚었다.

뮤지컬은 국내에서도 히트한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의 또 다른 합작품이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했다. 2013년 국내 초연했고, 2017년까지 네 시즌을 공연하며 관객수 67만명, 평균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지난 네 시즌에 이어 이번 다섯 번째 시즌까지 댄버스 역에 캐스팅된 신영숙은 댄버스 부인 위주로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데, 매번 다른 부분을 발견한다고 했다. 아울러 뮤지컬과도 다른 지점을 찾아낸다.

"영화에서 댄버스 부인은 처음에 '나'(I)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 같아요.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달라요. 처음부터 '나'(I)를 향해 '너 따위가 이 자리를 원해'라고 선전 포고 하는 듯한 태도로 그녀를 맞이하죠.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처음부터 극적 장치가 필요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뮤지컬 '레베카' 2017년 신영숙 공연 장면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신영숙은 댄버스 부인을 연기할수록 해석이 달라진다기보다 인간적으로 성숙해짐이 캐릭터에도 자연스레 반영된다고 믿었다. 

"초연 때와 비교해 제 안에 깊이와 디테일 등이 쌓이면서 댄버스 부인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스산함,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번 다섯 번째 시즌을 앞두고는 분노, 화가 많이 나 있어요. 그래서 막심을 연기하는 배우를 보고만 있어도 괜히 밉더라고요. 하하. 무엇보다 잘못된 신념으로 인한 낮은 자존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댄버스 부인은 낮은 자존감을 레베카를 통해 대신 하려고 하는 거죠."

원작을 기반으로 삼은 뮤지컬은 흔히 '독이 든 성배'로 비유된다. 원작 인지도 덕분에 작품을 알리기가 쉽다. 하지만 부담도 짊어지게 된다. 원작의 아우라가 크면 그에 따른 책임감은 특히 배가된다. 뮤지컬 '레베카'는 이 성배를 잘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아우라를 감당하는 것은 강렬한 음악이다.

예컨대 댄버스 부인이 '나'가 레베카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하고 심지어 레베카처럼 익사하도록 권유하는 장면. 영화에서 이 장면은 긴장감은 배어 있지만 비교적 덤덤하게 묘사된다.
 
그런데 같은 장면이라도 뮤지컬은 그로테스크한 뜨거움을 품는다. 열린 창문 밖 폭풍우가 몰아치는 레베카의 침실에서 '나'와 함께 있던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부르고 곧 이어 무대가 회전하면서 댄버스와 '나'가 '저 바다로 뛰어!'를 주고 받을 때의 폭발력은 어마어마하다. 이날 GV에서는 지난 2017년 신영숙이 이 장면을 소화한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뮤지컬 '레베카' GV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신영숙은 "정말 한국에서 해당 장면을 화려하고 극적이며 아름답게 만들었다"면서 "뮤지컬 원작자도 한국의 이 신을 으뜸으로 친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레베카'는 미장센, 연출, 음악과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진 것이 인기에 한몫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카이는 신영숙과 달리 이번 시즌에 처음 합류했다. 그는 히치콕 감독이 '스릴러와 서스펜스'의 대가로 통하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며 자신이 맡은 막심 역이 극의 긴장감을 놓게 하지 않는 핵심 인물이 아닐까 여겼다.

"도대체 막심이 레베카의 죽음과 어떤 연결이 있는지, 극에서 최초의 궁금증이자 마지막 궁금증이기도 하죠. 끝까지 긴장감과 물음표를 놓지 않는 막심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최근 영화와 연관된 또는 영화를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이 늘어나면서 영화와 연계된 뮤지컬 GV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에도 이날 열린 영화 '레베카' GV는 다섯 번째 공연을 앞둔 뮤지컬 '레베카'를 더 깊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카이가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을 짚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레베카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잖아요. 영화에서는 레베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맨덜리 대저택이 풀 숏으로 잡혀요. 그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비밀이 드러날지 말지 긴장감을 안기죠. 맨덜리가 곧 레베카인 셈이죠. 반면 뮤지컬에서는 무대, 소품 등에서 레베카를 느낄 수 있죠. 영화처럼 타이트하게 장면을 보여주지는 못해도 배우들의 표현에 따라 장면을 선명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한편 이번 '레베카' 다섯 번째 시즌에 신영숙 외에 옥주현, 장은아, 알리가 댄버스 부인에 쿼드러플 캐스팅됐다. 막심 드 윈터는 류정한, 엄기준, 카이, 신성록이 나눠 연기한다. 나(I)는 박지연, 이지혜, 민경아가 번갈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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