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52.4% "폭언피해 당해도 업무중단 없다"

기사등록 2019/10/24 11:27:40

감정노동자 2765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2.5%만 "심리치료 프로그램 有"

"감정노동자 보호규제 제대로 작동 안돼"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6일 서울 종로구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에서 열린 현판식을 마친 후 직원들이 상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센터는 시가 2017년 3월 ‘서울노동권익센터’ 안에 신설한 감정노동보호팀을 독립기구로 확대·개편한 것으로, 감정노동 권익보호 제도 마련과 인식 개선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2018.10.1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고객의 폭언·폭행으로 피해를 입은 감정노동자들에 대해 일시적 업무 중단, 치료·상담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장에선 보호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감정노동자 2765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중 남성 비율은 31.8%, 여성 비율은 68.2%였다. 연령대는 20대(33.0%)와 30대(32.2%)가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4.6%), 50대 이상(10.2%) 등으로 나타났다.

 연령 평균은 36.1세로 집계돼 감정노동자 직군에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여전히 감정노동자들은 고객의 폭언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의 막무가내 요구로 업무수행의 어려움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감정노동자들은  70.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고객을 대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느냐"라는 질문에는 66.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보호규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지난 2018년 10월18일부터 시행됐다. 감정노동자들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도록 고객에게 폭언 등을 자제하는 요청 문구를 게시하거나 대처방법 등을 포함하는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라 감정노동자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장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는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휴식을 부여해야하며 필요 시 치료 및 상담을 지원해야 한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는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1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설문조사에서 '회사는 내가 고객으로부터 가해를 입었을 때 업무에서 제외해 쉴 수 있게 해 주느냐'는 질문에 31.5%만 '그렇다'고 응답했고, 52.4%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 '가해 고객을 피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32.9%만 '그렇다'고 응답했고, 53.3%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 '회사는 고객의 폭력 방지를 위해 각종 안내문구 게시나 음성안내를 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44.3%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44.8%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고객으로부터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때 회사는 나를 심리적으로 지지해주는 치료 또는 치유 프로그램을 갖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22.5%만 '그렇다'고 응답했고, 57.4%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이성종 집행위원장은 "감정노동자 보호규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만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가해고객으로부터 피할 권리를 갖게 됐지만 회사는 고객 컴플레인의 정당성을 따지기보다 컴플레인 발생 자체를 문제삼는다"며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kang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