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파' 어디로…한풀 꺾인 헝가리·여전히 강력한 폴란드

기사등록 2019/10/14 14:31:51

폴란드, 좌파 정책에 우파 정체성 혼합

헝가리, 성추문 파동에 '기독교적 가치관' 흔들

【부다페스트=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의 한 투표장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투표지를 받은 뒤 돌아서고 있다. 이날 지방선거에서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여당 '피데스(Fidesz)'는 수도 부다페스트를 비롯해 총 23개 도시 중 10곳에서 패배를 맛봤다. 2019.10.14.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13일(현지시간) 민족주의 우파가 집권 중인 헝가리와 폴란드에서 선거가 열렸다. 헝가리 지방선거에선 보수 우파인 여당이 수도 부다페스트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야권에 패배한 반면 폴란드 총선에선 우파 민족주의 집권당의 승리가 확실해지고 있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강력한 민족주의 정당이 집권 중인 국가다. 이날 선거는 이에 따라 유럽 내 우파 열풍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로 인식됐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사법부 내 개혁 세력을 숙청하고,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며 체제를 강화해왔다. 특히 폴란드 국영방송은 매일 밤 뉴스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찬양하고, 야당을 비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국가의 '선거의 자유'는 유지되고 있으나 사실상 공정성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치른 양국의 선거에서는 특별한 공통점이 발견됐다. 바로 민주주의로 전환한 후 치른 선거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폴란드 총선의 투표율은 61.1%로 1989년 이래 가장 높았다. 헝가리 지선의 투표율은 약 50%로 800만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0년 이후 최고 투표율이다.

그러나 결과는 사뭇 달랐다.
 
【바르샤바=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PiS) 대표가 투표를 마친 후 투표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열린 폴란드 총선에서 PiS는 43.6%를 득표해 하원 460석 중 과반이 넘는 23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10.14.


A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총선 직후 출구조사 결과 우파 성향의 집권 '법과정의당(PiS)'은 43.6%를 득표해 하원 460석 중 과반이 넘는 23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알리나 폴랴코바 연구원은 PiS의 인기는 "좌파의 정책을 우파의 정체성과 혼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PiS는 선거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두 배로 올리고, 가축에 대한 보조금 기금을 확대하는 전형적인 대중 중심 정책을 제시했다. 동시에 정년 연령을 낮추는 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한편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여당 '피데스(Fidesz)'는 수도 부다페스트를 비롯해 총 23개 도시 중 10곳에서 패배를 맛봤다. 5년 전 지방 선거에서 피데스가 부다페스트를 포함해 20개 도시에서 승리한 것에 비하면 더욱 뼈저린 패배다.

특히 중도 좌파 성향의 야권 후보 게르게이 커러초니(44) 후보가 2010년부터 10년째 부타페스트 시장 자리를 지켜온 이슈트반 터를로시(71) 현 시장의 자리를 빼앗으며 오르반 총리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오르반 총리는 13일 출구조사가 발표된 후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힘든 선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우리는 유권자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AP통신은 피데스 소속의 졸트 보르커이 죄르 시(市) 시장의 성추문 동영상 유출 사건이 여당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독교적 가치관과 가족주의를 내세운 피데스와 오르반 총리에 이번 스캔들은 더욱 큰 상처다.

보르커이 시장는 이날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앞서 터를로시 부다페스트 시장 당선자가 그의 사퇴를 요구한만큼 그의 자리 역시 안전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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