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MBC가 표준계약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프리랜서 작가들과 독소 조항이 가득한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입수한 MBC의 작가 계약서에 따르면 8조 '계약의 해지'에서 계약기간 종료전이라도 MBC는 프로그램이 폐지된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 질병, 사고,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박 의원은 "MBC의 상황과 의사에 따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어떤 보상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9조에는 '을(작가)'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 벌금 200만원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지만 반대 경우는 규정돼 있지 않다"며 "을이 프로그램 섭외자 등으로 인해 MBC와 MBC 구성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손해를 배상토록 했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도 작가가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조에는 저작권에 대해서도 모두 MBC가 별도의 협의 없이 행사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5조에서는 임금에 대해 보수 약정 액을 제외한 어떠한 보수도 요구 또는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MBC는 지난해 비공개 국감에서 작가들과 계약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계약서 등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표준계약서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MBC는 '제작부서가 상황에 맞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문체부는 공정한 방송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방송사, 제작사, 방송작가협회 등은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2017년 12월 28일 '방송 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제정·발표했다. 이후 KBS는 지난해 10월 표준계약서 도입을 완료했고, SBS 역시 지난해 1월부터 문체부의 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EBS는 올해 4월부터 표준계약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박선숙 의원은 "방송문화진흥회과 MBC는 다른 지상파 사업자들이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작가들이 처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최근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당한 작가의 경우처럼 결국 또 다시 부당 계약해지 사례가 나온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방문진은 MBC가 작가 표준계약서 등과 관련해 불공정 관행을 끊지 못한다면 감독하고, 바로잡을 권한이 있다"며 "작가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이행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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