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오르반 총리, 부다페스트 시장 자리 뺏겼다

기사등록 2019/10/14 09:23:24

투표율 50%…민주주의 전환 후 가장 높은 기록

【부다페스트=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인 여당 피데스(Fidesz)는 수도인 부다페스트를 포함해 23개 도시 중 10곳에서 패배했다. 2019.10.14.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13일(현지시간) 진행된 헝가리 지방선거에서 수도 부다페스트 시장에 중도 좌파 성향의 야권 후보 게르게이 커러초니(44)의 승리가 확정됐다.

부다페스트 뿐 아니라 23개 도시 중 10곳에서 야당의 승리가 예측되며 보수 우파 성향인 여당 피데스(Fidesz)를 이끄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오후 10시35분께 약 74%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커러초니의 후보의 지지율이 50.1%를 기록하며 여당 피데스 소속의 이슈트반 터를로시(71) 현 시장의 44.8% 득표율을 확실하게 앞섰다.

헝가리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은 터를로시 시장이 패배를 인정하고 커러초니 후보에 축하 전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2010년부터 10년째 부타페스트 시장 자리를 지켜온 터를로시 시장은 오르반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터를로시 시장은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오르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가정인 차원에서 봤을 때 좋은 결과다. 그러나 부다페스트에서 내가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부다페스트는 커러초니를 선택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AFP통신 등은 이날 좌파, 진보, 녹색당 등 5개 당 연합이 지지한 커러초니 후보의 승리를 "역사적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헝가리에서 민족주의 우파의 기세가 꺾였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한 이후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패배를 겪은 적이 없다. 5년 전 지방 선거에 피데스는 부다페스트를 포함해 20개 도시에서 승리했다. 야권에 내어준 시장 자리는 단 3개에 불과했다.

커러초니 당선인은 "부다페스트와 정부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며 "우리는 전쟁이 아니라 협력적인 건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다페스트는 더 푸르러지고 더 자유로워 질 것이다. 우리는 헝가리를 다시 '유럽'답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야권 연합의 새로운 전략이 통했다는 의의도 있다.

헝가리의 한 정치평론가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야당의 협력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약 50%로 800만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한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이는 1990년 헝거리가 민주주의로 전환한 후 치른 지방 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의 반(反)이주민 정책, 강력한 언론 지배, 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부다페스트 정치자본연구소는 "피데스가 2010년부터 해온 일을 토대로 예측했을 때, 나는 그들이 온건하거나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피데스는 현재 의회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마음을 먹으면 각 시의 시장과 지자체의 힘을 줄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피데스는 야당이 장악한 도시를 징벌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재의 환경에서 이는 그들에게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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