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통령, 수도 키토거리 시위대에 군대 투입

기사등록 2019/10/13 07:49:27

2주째 반정부시위.. 강경진압

일부 시위대 방송국 난입, 방화

【키토( 에콰도르)= 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 시내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유가급등에 항의하며 2주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타이어에 불을 붙여 바리케이드를 쌓고 시내 곳곳의 도로를 봉쇄하고 방송국과 신문사,  감사원 건물 등을 습격했다.   
【키토( 에콰도르)= AP/뉴시스】차미례 기자 =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열흘 넘게 유가문제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수도 키토 시내시위대를 향해서 군대의 진입을 명령했다. 이유는 복면한 폭력시위대 일부가 한 TV방송국과 신문사,  국가의 감사원 청사 등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모레노 대통령은 앞으로 아직 시위가 발생한 적이 없는 구역에 대해서도 군이 통제하는 통행금지령을 오후 3시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날 오후 1시께 복면한 시위대 일부가 감사원 건물에 쳐들어가 불을 질렀고 ,  검은 연기가 키토 중심가의 시위대 본거지였던  중앙공원과 문화 거리 너머로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2시간쯤 뒤에는 수십영의 복면한 시위대가 키토 시내 북부에 있는 민영TV 텔레아마조나스 방송국에 몰려들어 지상에 방화를 하고 직원 20여명이 문을 잠근채 갇혀 있는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시위대가 방송국 건물의 문들을 부수며 쳐들어오려고 하는데, 신고를 해도 경찰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엘 코메르시오 신문사의 한 기자도 키토시내 남쪽에 있는 신문사 건물에 시위대가 와서 경비원들을 붙잡아 묶어 놓고 건물 진입을 하려하고 있다고 AP통신 기자에게 말했다.  그도 보복이 무섭다며 이름을 말하지않았다.

이 날 모레노대통령은 부통령, 국방장관과 나란히 국영 TV에 나와서 "시민들은 모두 집안에 머물러있도록하고 군대를 거리에 투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폭력 사태의 책임이 마약밀수범들,  범죄조직들,  모레노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추종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아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모레노는 코레아 대통령의 부통령으로 일하다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 후 모레노가 산적한 국가부채를 코레아 탓으로 돌리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험악한 관계로 변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서 복면한 시위대는 그 동안 일주일 이상 시위를 이어온 에콰도르 원주민 시위대와는 무관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가급등은 국제통화기금(IMF)이  후원하는 긴축정책에 일부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군합참 사령부에게 즉시 시내에 진입해서 군사작전과 함께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우리는 에콰도르 전국에서 질서를 회복할 것이다" 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에콰도르 원주민부족 연맹( CINE)측은 트위터에다 "우리는 모레노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과 협의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화를 위해서는 시위대에 대한 정부와 군의 폭력 진압을 즉시 중단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원주민 시위대는 모레노 대통령이 이 달초 없앤 유가 보상금의  제공을 재개하기 전에는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호르헤 윤다 키토시장은  원주민 대표들과 모레노 대통령이 만날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다를 비롯한 여러 곳의 시장들은 원주민 시위로 석유생산이 중단되고 고속도로가 봉쇄되는 바람에 밀 생산 농민들과 낙농업계 등이 엄청난 손해를 입고 있다며 중재에 나설 것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양측의 면담 가능성이 진전을 보이면서 폭력시위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키토 시내에는 복면을 한 시위대가 투석전을 벌이거나 불붙은 타이어로 주택가 거리를 봉쇄하고 보행자와 차량,  거리의 자영업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내무부는 감사원 공격에서만 30명이 체포되었다고 발표했고 소방청은 반부패 수사를 맡아온 감사원 건물을 군대와 경찰이 탈환한 뒤의  현장부근 거리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를 모두 진화했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석유수출국기구( OPEC )에 속했던 에콰도르는 10여년에 걸친 정부의 과다한 재정지출과 유가하락으로 약 60억 달러의 국가부채와 100억달러에 달하는 연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모레노 정부는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IMF로부터 긴급자금 40억달러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세금인상과 노동법 유연화,  공공 지출의 삭감등을 진행하면서 10월2일부터  유가를 대폭인상하고 유가지원금을 삭감해 국민의 반발을 불렀다.


cmr@newsis.com